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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부산역

입력 2022.06.06 03:00

수정 2022.06.0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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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광수 시인·대중음악평론가
[노래와 세상] 전쟁과 부산역

한국전쟁은 많은 흔적을 남겼다. 지금도 우리는 ‘끝나지 않은 전쟁’의 상처를 보듬으며 살고 있다. 전쟁 속에서 불렀던 노래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500만명 가까운 피란민들이 북적대던 부산을 배경으로 한 노래가 압도적이다. 부산항과 부산역, 남포동과 광복동 거리가 등장하는 노래가 어디 한두 곡인가. 특히 수많은 만남과 이별이 교차했던 부산역을 무대로 한 노래는 지금 들어도 숨이 멎는다.

“보슬비가 소리도 없이 이별 슬픈 부산정거장/ 잘 가세요. 잘 있어요. 눈물의 기적이 운다/ 한 많은 피난살이 설움도 많아/ 그래도 잊지 못할 판잣집이여/ 경상도 사투리의 아가씨가 슬피 우네/ 이별의 부산정거장.”

1954년 여름 남인수가 발표한 ‘이별의 부산정거장’은 박시춘 작곡, 호동아 작사로 되어 있다. 호동아는 그 당시 경향신문 문화부장으로 일하던 유호의 필명이다. 이들 콤비는 ‘신라의 달밤’ ‘럭키 서울’ ‘비 내리는 고모령’을 시작으로 ‘전선야곡’과 ‘전우야 잘 자라’ 등 수많은 히트곡을 합작했다. 피란 생활을 끝내고 부산역에서 ‘서울 가는 12열차에 기대앉은 젊은 나그네’가 ‘끊지 못할 순정 때문에’ 소리 없이 운다는 노래다. 그 행간에는 삶의 막다른 길목에서 겪어야 했던 전쟁의 공포, 가난과 설움이 고스란히 묻어 있다.

남인수는 특유의 고음 창법으로 설움의 극치를 펼쳐 보인다. 남인수는 무대에서 앙코르를 받으면 어김없이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이견이 있겠지만 ‘돌아와요 부산항에’ ‘부산 갈매기’와 함께 부산을 대표하는 3대 대중가요라 할 만하다.

이 노래는 전쟁 이후에도 긴 생명력을 가지고 애창됐다. 특히 1960년대와 1970년대 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 ‘노가바(가사 바꿔 부르기)’의 단골 곡이었다. 세상살이에 지친 이들이 이 노래에 메시지를 실어 비뚤어진 사회를 풍자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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