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대통령실의 서울 용산 이전에 따라 주한미군 잔류기지 예정지에 대한 이전 협상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한·미 정부는 2020년 당시 국방부 청사(현 대통령실)에 인접한 드래곤 힐 호텔 일대 부지에 주한미군 잔류기지를 건설하기로 합의했다. 이 기지는 2024년 착공해 2026년 완공될 계획이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이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기면서, 대통령실과 주한미군 부대가 담장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위치할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미군 측과 협상에 돌입했다고 한다.
한 나라의 심장부와 같은 대통령실 바로 옆에 미군기지를 두는 것은 주권국가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동맹관계라 하더라도 도·감청 등 안보상 위험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결정된 후 미군 측에서 먼저 잔류부지 반환과 관련해 논의하자는 제안을 해왔다”고 말했다. 국방부 역시 “용산 미군 잔류부지는 주한미군을 포함한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서울 시내 다른 지역을 대체부지로 제공하는 방안에 대해 미군 측 의사를 타진 중이라고 한다. 정부에서는 추가 비용이 들지 않을 것이라고 하지만, 한국 측 ‘사정변경’으로 대체부지를 제공해야 하는 만큼 기반시설 조성 비용까지 한국 정부가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대체부지가 정해질 경우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도 분쟁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윤석열 정부는 예비비 496억원을 대통령실 이전 및 리모델링 용도로 이미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다 국방부·합동참모본부 연쇄 이전에 따른 군·시설·정보통신 이전 비용을 합치면 수천억원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재정 소요도 문제이지만, 국가 주요 시설 이전 과정에서 중대한 과실이 드러났다는 점이 더욱 놀랍다. 유엔사·연합사·주한미군사의 연락 업무를 위한 잔류기지 조성은 한·미 양국이 거의 20여년에 걸쳐 추진해온 사업이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당선인 측에서 이 사실을 몰랐다면 국가적 망신이 아닐 수 없다.
윤 대통령은 당선되자마자 마치 군사작전처럼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강행했다. 안보 공백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전문가 의견도 무시했다. 공론화 절차와 충분한 예산 검토 없이 밀어붙인 결과가 수천억원대로 예상되는 ‘청구서’로 돌아오고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대통령실 이전 과정에서 간과한 것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부분은 국민 앞에 숨김없이 밝히고 사과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