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7일 의원총회를 열고 우상호 의원(4선)을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비대위원으로는 초선을 대표하는 이용우, 재선의 박재호, 3선의 한정애 의원, 그리고 김현정 원외위원장협의회장이 뽑혔다. 중진·여성·청년 몫 비대위원은 추후 임명하기로 했다. 우 비대위원장은 “무거운 마음으로 수락했다”며 “선거 패배로 많이 힘들어하는 당을 수습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고 밝혔다.
새 비대위는 오는 8월 전당대회에서 새 대표를 뽑을 때까지 당무를 책임진다. 가장 급한 일은 당 내분을 수습하는 것이다. 6·1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이후 패배의 책임을 놓고 친명(친이재명계)과 친문(친문재인계) 간 계파 갈등이 불거져 있다. 우 의원이 이견 없이 비대위원장으로 뽑힌 것은 당의 혼란상이 장기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우 의원이 계파색이 옅은 데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해 중립적 입장을 견지할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다.
우상호 비대위가 보다 근본적으로 천착해야 할 일은 민주당의 혁신이다. 지금 민주당에 닥친 위기는 앞선 선거의 패인을 제대로 분석하고 성찰하지 않은 데서 시작됐다. 민주당은 대선에서 졌음에도 0.73%포인트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며 안일하게 넘겼다. 팬덤정치에 기대고, 남 탓하기 바빴다. 민생 현안은 외면한 채 검찰 수사권 축소에 매달리더니 대선 패배에 책임을 져야 할 지도부가 급기야 지방선거에 후보로 출마했다. 시민들이 대선 때보다 더 강한 매를 들 수밖에 없었다.
우상호 비대위가 이어 할 일은 처절한 반성을 토대로 혁신의 방향을 잡아 나가는 것이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을 표방한 만큼 여당을 견제하며 민생을 제대로 따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우상호 비대위에 대한 회의론이 없지 않다. 우 비대위원장이 용퇴론의 대상이 되는 86그룹 맏형 격이어서 적격성에 대한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계파 간 이해관계로 비대위가 추진력을 얻을 수 있느냐는 말도 나온다. 당 내부에서 치열하게 논쟁하되 결정된 사항은 반드시 지켜 나가야 한다.
우상호 비대위는 ‘혁신 비대위’라는 이름에 걸맞게 필사즉생의 각오로 밑바닥부터 당의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 이것이 당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다. 얄팍한 계파 싸움이나 한다면 더욱 시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