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지난해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4048만원으로 1년 새 7.2% 늘었다.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4.1%로 2010년(6.8%)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많은 시민이 실직과 소득 하락으로 고통받았음에도 경제는 성장했고 소득은 증가했다. 4인 가구라면 1억6192만원을 벌었다는 건데 주변에서 그 정도 고소득 가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 국내에서 신뢰도가 가장 높다는 한국은행 통계이니 무조건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통계청이 분기마다 실시하는 가계동향조사를 보자. 지난해 가구당 평균소득은 5279만3325원, 가구원 수는 평균 2.37명이니 1인당 소득은 2275만원 남짓이었다. 1인당 GNI의 절반을 약간 웃돈다. GNI는 한 해 그 나라에서 발생한 총소득을 인구수로 나눈 개념이다. 개인뿐 아니라 기업과 정부 소득까지 포함해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게다가 GNI의 기반이 되는 GDP는 조사가 아니라 세금과 수출입 등 여러 기초통계를 이용해 추계하는 ‘가공통계’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허수 소득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가계동향조사는 실제 가구를 방문해 소득과 지출 등을 파악하는 ‘조사통계’이다. 하지만 그마저도 표본이 전체의 0.03%도 안 되는 7000가구여서 정확성이 의심된다.
1930년대 처음 선보인 GDP는 가장 널리 쓰이는 경제지표이다. 하지만 시대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양적 성장에 매달렸던 궁핍의 시기에는 GDP가 유용했다. 지금은 기후위기와 불평등을 극복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게 중요해졌다. 경제인류학자 제이슨 히켈은 저서 <적을수록 풍요롭다>에서 “GDP 3% 성장은 23년마다 세계경제 규모가 배로 늘어나는 수치”라며 “지구의 자원은 한계에 봉착했고, 쓰레기는 감당 못할 수준까지 늘었다”고 지적했다.
유엔 산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하는 ‘세계 행복보고서’에서 지난해 한국의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935점으로 146개국 중 59위였다. 조사 항목 중 GDP와 기대수명 수치는 높았지만 사회적 지지, 자유, 관용 등은 낮았다. 환경과 사회적 가치, 삶의 만족감 등을 보완해 GDP를 대체할 새 지표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