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령 방송 진행자인 송해씨가 8일 95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올해 들어 건강 이상이 잦아진 그는 코로나19로 2년여간 중단됐다 이달 초 재개된 KBS <전국노래자랑> 공개방송 무대에 다시 서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최근까지도 무대 복귀 의지를 굽히지 않던 그를 생각하면 더 안타깝다. 고인은 1988년부터 <전국노래자랑>의 진행을 맡아오며 ‘영원한 현역’이자 ‘국민 MC’로 불렸다. 지난달에는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대중문화에 큰 발자취를 남긴 고인의 명복을 빈다.
고인은 한평생 대중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1927년 황해도 재령 출신으로 한국전쟁 때 혈혈단신 월남한 그는 1955년 유랑극단 가수로 데뷔해 67년 동안 현역 연예인으로 활동했다. 배우, 코미디언, 라디오 MC 등으로 다양하게 활약하다 <전국노래자랑>을 만나면서 진행자의 길에 매진했다. 매주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구수한 입담과 푸근한 진행 솜씨로 지역 주민과 시청자들에게 따뜻한 웃음과 감동을 전했다. 그가 30여년간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만난 사람이 1000만명을 넘는다고 하니 누구보다 많은 국민과 호흡한 인사인 셈이다. 꾸준히, 한결같이 준비하고 열성을 쏟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고인은 소탈하고 검소한 일상과 성실한 자기관리의 표상이다. 스타 연예인의 화려함을 뒤로 물리고 언제나 이웃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고자 했다. 촬영 전날 현지에 미리 가서 동네 목욕탕에서 주민들과 교감하는 것이 일상이었다고 한다. 자신처럼 사람을 좋아하고 많이 아는 사람이 세상 최고의 부자라고도 했다. 그가 모두의 벗이자 어른으로 존경받는 이유를 알 수 있다. 남들을 즐겁게 하는 ‘딴따라’를 천직이라 말하며 영원히 딴따라의 길을 가겠다고 한 그의 투철한 직업관도 귀감으로 삼을 만하다.
매주 “전국~노래자랑!”을 외치며 세상이 무탈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알린 고인은 ‘땡’과 ‘딩동댕’의 교훈을 전했다. 그는 생전에 “땡을 받아보지 못하면 딩동댕의 의미를 모른다”면서 “내 인생을 딩동댕으로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세상 살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이겨나가자는 희망의 메시지다. 고인을 떠나보내는 일은 한 시대와의 작별이기에 허전함이 더 크다. 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모두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