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취임한 후 행안부의 ‘경찰 길들이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 장관은 최근 치안정감 승진 대상자 6명을 인사 발령 전 개별 면담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들은 곧 임기가 만료되는 김창룡 경찰청장의 후임 후보군에 속한다. 이 장관은 “치안정감 후보자로서 적합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지만 적절한 처신으로 보기 어렵다. 이 장관은 9일 경찰청을 방문해 김 청장을 만나고는 ‘향후 청장 면접을 따로 볼 예정이냐’는 질문에 “필요하다면 볼 것”이라고 답했다. 인사권을 무기 삼아 경찰을 장악하려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경찰청은 행안부의 외청이지만, 엄연히 독립기관이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 들어 경찰의 독립성 훼손이 우려되는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이 장관이 취임한 바로 다음날 ‘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가 구성됐다. 이 위원회는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행안부 장관 사무에 ‘치안’을 추가하고, 이를 실행할 조직으로 경찰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행안부 장관이 경찰을 지휘·감독하겠다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권 축소로 권한이 커진 경찰의 민주적 통제를 위한 방안이라고 하나, 30여년 전 ‘내무부 치안본부’ 시절로 되돌리려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 경찰 내부망인 ‘현장활력소’에도 “경찰국 신설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는 현직 경찰관들의 글이 올라온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야당 시절 공정한 선거관리를 이유로 정치인 출신 행안부 장관 기용을 문제 삼았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충암고·서울대 법대 직속 후배인 이 장관을 행안부 수장으로 앉혔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더 나아가 경찰국을 신설하고, 경찰청장 후보까지 면접하겠다는 발상은 경찰 장악 시도로 읽힐 뿐이다.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인사검증관리단을 소속 기관으로 두고 있다. 차기 경찰청장은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 장관이 인사검증을 하고 또 다른 최측근인 이 장관이 면접하는 형국이 됐다.
경찰법은 경찰이 국민 전체에 대한 봉사자로 공정·중립을 지켜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찰을 견제·감독하는 국가경찰위원회 제도가 오래전 도입됐다.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는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그 방식이 과거 회귀여선 안 된다. 국가경찰위원회 권한을 강화해 경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도록 하는 방향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