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주재로 지난 8~10일 개최한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자위권을 언급하며 국방력 강화와 강 대 강 대응 원칙을 재확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1일 김 위원장이 회의에서 “자위권은 곧 국권 수호 문제”라며 “우리의 국권을 수호하는 데서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을 우리 당의 강 대 강, 정면승부의 투쟁원칙을 재천명했다”고 보도했다. 또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을 외무상으로 승격하고, 리선권 외무상을 통일전선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인사도 단행했다. 강경 대응 기조를 분명히 하면서도 나름 수위 조절도 한 흔적이 보인다.
북한은 이번 전원회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남측을 겨냥해 ‘대적투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북한이 남측을 상대로 ‘대적투쟁’을 거론한 것은 2020년 6월 이후 2년 만의 일이다. 앞서 윤석열 정부가 ‘북한은 우리의 적’이라고 한 것에 대한 맞대응으로 해석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7차 핵실험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북한은 핵무력 강화의 다음 단계 과제로 ‘핵무기 소형화와 전술무기화 촉진’을 제시한 바 있는데, 전문가들은 북한의 다음 핵실험은 전술핵탄두 완성에 집중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최선희·리선권을 전면포진시킨 인사도 대남·대미 관계에서 강경 대응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보여준다. 최선희는 대미 협상 전문가로 줄곧 강경 대응 메시지를 던져온 사람이다. 대남 분야의 총책임자로 임명된 리선권도 남측을 향해 험한 언사를 써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북한은 이런 상황에서도 여지를 남겼다. 우선 핵 무력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남측이나 미국을 직접 겨냥한 위협발언도 없었다. 강경 기조는 유지하되, 상황을 보면서 대응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이다. 또 북한은 지난 8일 전원회의를 시작할 때는 정치국 상무위원들의 호명순서를 변경, 김덕훈 내각총리를 맨 앞에 호명했다. 코로나19 유행 상황에서 향후 국정의 중심을 경제 발전과 주민 생활 안정 등에 두겠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최·리 두 사람의 기용도 양면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둘은 2018년 극도의 대치 국면을 ‘한반도의 봄’ 국면으로 전환시키던 당시 활동한 인사들이다. 이들의 기용이 향후 대화를 겨냥한 인사 포석일 수 있다. 한반도 정세가 강 대 강 국면으로 한발 더 나아간 만큼 더욱 세심한 정세 관리가 필요하다. 남북 모두 냉정을 유지하면서 메시지 발신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