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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세상] 여성의 공적 참여 비용이 폭력 감수는 아니다

입력 2022.06.13 03:00

지난 3월 전국언론노동조합 성평등위원회가 여성 기자에 대한 온라인 괴롭힘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는 최근 5년간 이러한 괴롭힘이 높은 비율로 증가하고 있고, 어떤 기사를 쓰거나 상관없이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괴롭힘에 노출되는 현실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언론이 책임을 다하지 않고 최소한의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는 보도를 남발하는 데 대한 시민의 비판이 필요하다. 그러나 비판이라기보다 모욕과 비하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이러한 괴롭힘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 그리고 기자의 성별에 따라 괴롭힘의 정도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이 보고서는 특정 주제 즉 페미니즘이나 소수자 관련 주제를 작성하는 기자들에 대한 괴롭힘이 더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김수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여성학협동과정 부교수

여성 기자에 대한 온라인 괴롭힘 문제는 전지구적 관심사이기도 하다. 2021년 유네스코는 ‘The Chilling’이라는 제목으로 여성 기자에 대한 온라인 괴롭힘 문제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125개국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분의 3가량이 온라인 괴롭힘을 경험했고 4분의 1의 여성 기자들은 성적 위협을 받았다. 여성 기자들은 온라인 괴롭힘의 1차 공격 대상이자,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사람들이다. 그 영향이 바로 ‘Chilling’ 즉 ‘위축’ 이다. 자신이 기자로서 적합한지를 사전 검열하고, 관련된 주제를 다루는 데 주저하게 되며, 취재 보도에 소극적이 되는 결과가 발생하고, 더 나아가 일을 그만두는 일도 생기기 때문이다.

이러한 온라인 괴롭힘 격화와 그에 따른 위축 현상은 대중에게 공적으로 노출되는 여성에게 주로 일어난다. 기자와 정치인, 연예인 등이 주요 대상이 되기에, 온라인 괴롭힘과 관련한 논의는 개인의 권리 침해는 물론 민주적 참여와 성차별의 문제를 같이 다루게 된다. 최근 민주당의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과 관련된 뉴스 댓글에서는 정치적 견해차에 따른 비판이 아닌 무맥락적인 외모 비하나 성적 모욕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성별을 근거로 하는 모욕으로 표출되는 ‘악성 댓글’은 기본적으로 상대방의 발화 자격을 성별에 근거하여 부정하려는 인식 구조에서 출발한다.

미국의 NDI(National Democratic Institute)는 2016년 #NotTheCost 캠페인을 제안한 바 있는데 이는 폭력이 여성이 정치에 참여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이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하려는 해시태그 운동이었다. 또한 NDI는 2019년, 정치 영역의 여성에 대한 온라인 폭력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제목을 ‘Tweets That Chill’로 제시했다. 정치 활동을 하는 여성들의 온라인 활동이 줄어드는 것, 정치 참여에서 여성이 점차로 멀어지게 되는 것이 이러한 온라인 괴롭힘의 직접적 효과이기 때문이다.

여성 기자, 여성 정치인과 여성 연예인에 대한 공격을 흔히 악성 댓글이라는 말로 표현하는데, 이 ‘악성’의 의미를 좀 더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개인을 모욕하는 말이라 ‘나쁘다’는 의미를 붙이는 것이지만, 도덕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차별을 악화시키는 효과를 갖는다는 점에서 이를 문제 삼아야 한다. ‘악성 댓글’은 그냥 모욕적인 말이 아니라 여성 기자의 저널리스트로서의 활동을 위축시키며, 여성의 정치 참여를 어렵게 만든다. 지난 3월 토론회에서도 이러한 논의가 남성 기자들에 대한 괴롭힘은 없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니라, 성별을 근거로 하는 괴롭힘이 여성을 해당 영역에서 취약하게 만든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취지의 토론이 진행되었다. 온라인 괴롭힘 문제를 단지 ‘나쁜 말’의 범주에 두는 논의는 한계가 분명하다. 여성이 공적 공간에 참여할 때 그 비용이 폭력을 감수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는 것에서부터 논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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