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학력저하 지속됐다지만…학업성취도 평가 확대가 해법?읽음

김태훈 기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실시된 경기도 수원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2학년 학생들이 시험 문제를 풀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가 실시된 경기도 수원시의 한 고등학교에서 2학년 학생들이 시험 문제를 풀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중·고교생의 주요과목 학력이 전반적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2 학생들 중 기초학력 수준에 미달한 학생의 비율이 늘었고, 중3 역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는 회복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는 이러한 학력저하 현상에 대한 대책으로 초등학교까지 학업성취도 평가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는데, 사실상 일제고사의 부활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기초학력 미달, 코로나19 이전 수준 회복까지 갈 길 멀어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13일 ‘2021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결과는 2021년 9월 국내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2학년 학생 78만여명 중 약 3%인 2만2297명을 표집해 국어·수학·영어 3개 주요과목의 학업성취도 수준을 평가한 것이다.

평가 결과 고2 학생중 기초학력 미달을 의미하는 ‘1수준’ 학생의 비율은 국어·수학·영어 과목에서 모두 코로나19 첫해인 2020년보다 높아졌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가 표집평가로 전환된 2017년 이후 최고치다. 반면 교육과정 성취기준의 상당부분을 이해하는 ‘3수준’ 이상 학생의 비율은 국어와 영어 과목에서 2020년 대비 하락했고 수학에서만 상승했다. 특히 고2 국어 과목의 3수준 이상 비율은 2020년 69.8%에서 지난해 64.3%로 떨어져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다만 고2 국어를 제외하면 교과별 성취수준은 전년도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할 정도의 차이는 보이지 않았다.

중3의 국어와 수학 과목 3수준 이상 비율도 전년에 비해 낮아졌다. 영어 과목에서만 이 비율이 소폭 높아졌다. 다만 중3 학생 가운데 기초학력 수준에 미달하는 1수준 학생 비율은 3개 과목에서 모두 전년 대비 낮아졌다.

성별로 보면 중·고교 모두 여학생의 학업성취도가 남학생보다 전반적으로 높았다. 중·고교 모두 국·수·영 3개 과목에서 여학생의 3수준 이상 비율이 남학생보다 높고, 1수준 비율은 낮았다. 고2 국어의 경우 3수준 이상 여학생이 74.7%인데 비해 남학생은 20%포인트 이상 낮은 54.4%를 기록했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 역시 여학생은 2.9%인데 반해 남학생은 11.1%로 나타나 큰 차이를 보였다. 단 수학 과목에서는 중·고교 모두 성별에 따른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규모별 학업성취 수준은 중학교 모든 교과목과 고3 수학 과목에서 대도시가 읍면지역에 비해 보통학력인 3수준 이상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중3 수학 과목에서 읍면지역이 대도시에 비해 높게 나타났으나 대체로 대도시와 읍면지역의 차이가 크지는 않았다.

코로나19 상황 이후 감소한 학생들의 학교생활 행복도 역시 2020년과 지난해가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지난해 학교생활 행복도가 ‘높다’고 답한 중3 학생들의 비율은 57.2%로 2020년보다 2.3%포인트 하락했다. 고2도 0.7%포인트 떨어진 60.5%로 조사됐다.

■학업성취도 평가에 초교 포함 대책…‘일제고사 부활’ 비판도

교육부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학력저하 흐름이 확인됐다며 오는 9월부터 초등학교까지 포함한 컴퓨터 기반 학업성취도 평가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기존의 중3과 고2 외에도 초등학교 6학년을, 내년은 초등 5학년과 고교 1학년을 추가한 뒤 2024년에는 초3부터 고2까지의 모든 학년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 평가 범위를 넓히겠다는 것이다. 다만 시험은 희망하는 학교에서 학급 단위로 신청을 받아 실시한다.

이같은 대책은 지난 1일 치러진 시·도교육감 선거에서 당선된 후보들이 제시한 ‘학력평가 강화’ 공약과도 연관돼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 범위가 확대되고 신청이 자유로워지면 각 시·도교육청에서 참여를 독려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진보 성향 교육감들이 재임했던 지난 8년 동안 학생들의 학력이 낮아졌다는 주장을 편 보수 성향 교육감들이 임기를 시작하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비롯한 학력평가 횟수가 늘어나는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보수 성향의 하윤수 부산시교육감 당선인은 “현재 고교만 실시하는 전수 학력평가를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실시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여러 차례 밝혔다. 그간 진보 교육감이 줄곧 당선됐지만 이번 선거에서 상대적으로 중도 성향에 가까운 교육감이 당선된 광주와 전북 등에서도 향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서거석 전북도교육감 당선인은 “전수평가를 통해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에 따른 맞춤형 학습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학력평가 확대 기조를 공언한 바 있다. 대표적인 진보 교육감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도 학력저하 대책으로 ‘인공지능 기반 학력평가’ 등의 공약을 제시했기 때문에 학교마다 시험이 늘어나는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평가 결과를 공개하는 범위를 학생·학부모·교사로 한정해 시험 결과가 등수를 매기는 서열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막겠다고 밝혔다. 또 기존의 표집평가 방식을 전수조사 형태로 바꾸는 방안도 아직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무작위 표집방식으로 뽑은 평가대상에 시험 참여를 자원하는 학급을 포함시키면 통계 왜곡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데다, 초등학생까지 평가대상에 포함시키는 대책이 과연 학력저하 대책이 될 수 있는지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논평을 내고 “이번 발표가 사실상 초등 일제고사의 부활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이런 식으로 초등학생부터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한다면 초등학교에서부터 국어·영어·수학 등 지식 교과를 중심으로 문제풀이 수업이 확대될 것이 뻔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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