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는 ‘과부틀’로 불렸다. 사고가 나면 보호해줄 장치가 거의 없어 사망 확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헬멧 착용이 보편화하지 않고, 생계 수단으로 주로 남편이 오토바이를 이용했던 과거에 나돌던 얘기다. 국내에서 오토바이를 탈 때 헬멧을 쓰도록 법으로 강제한 것은 1980년대 들어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토바이를 타는 것은 여전히 위험하다. 도로교통공단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오토바이 치사율(교통사고 100건당 사망자 수)은 2.23이다. 전체 교통사고 치사율 1.44를 크게 웃돈다. 특히 4륜 오토바이는 치사율이 9.24로 사고가 나면 10명 중 한 명 가까이 사망할 정도로 위험성이 크다.
오토바이 헬멧이 널리 쓰인 것은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실제 주인공 토머스 에드워드 로렌스 덕분이었다. 군인이자 고고학자, 탐험가였던 로렌스는 1935년 오토바이 사고로 머리를 다쳐 사망했다. 오토바이 사망 사고의 70% 이상이 두개골 골절에 의해 발생한다. 당시 치료를 담당했던 의사가 오토바이 운전자에게는 보호용 헬멧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 지금의 오토바이 헬멧이 탄생했다. 오토바이 헬멧 글로벌 점유율 1위는 한국의 HJC(과거 홍진기업)이다. 1992년 미국 1위로 올라섰고, 유럽 시장마저 석권해 2001년 이후 세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전남대학교병원이 전동킥보드 사고 환자 108명을 분석한 결과 92명(85%)이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증외상환자 15명 중에는 14명이 헬멧 미착용이었다. ‘생명을 담는 그릇’으로 불리는 헬멧의 중요성을 확인할 수 있다.
산업현장에서 사용하는 헬멧은 소설가 프란츠 카프카가 발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저서 <Managing in the Next Society>에서 프라하 노동자 상해보험 연구소의 법률고문이었던 카프카가 안전 헬멧(safety helmet)을 발명했으며, 그 공로로 1912년 미국 안전협회로부터 금메달을 받았다고 했다. 실제로 카프카가 노동자 사망을 막기 위해 노력한 것은 여러 문서에서 확인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완화하겠다는 한국 정부가 되새겨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