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 정부의 ‘시행령 독주’가 부른 국회법 개정 갈등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시행령에 대해 (국회가) 수정요구권을 갖는 것은 위헌 소지가 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행령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헌법에 정해져 있는 방식과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법안 내용을 보겠다고 전제했지만, 야당에서 추진 중인 국회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시 거부권(재의 요구)을 행사할 수 있음도 시사한 것이다. 원구성과 인사청문회가 공전하는 국회에 또 하나의 뇌관이 더해졌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대표발의하는 국회법 개정안(98조2항)에는 ‘시행령이 법률 취지나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상임위가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고, 행정기관장은 그 처리 결과를 상임위에 보고토록’ 하는 조항이 담길 예정이다. 현재는 상임위가 시행령의 법률 위반 여부를 검토한 보고서를 본회의 의결 후 행정기관에 보내 처리 결과를 제출받도록 돼 있다. ‘검토’에서 ‘수정·변경 요청’으로, 입법부의 시행령 통제 권한을 한층 더 강화하는 것이다. 현재 헌법은 시행령의 헌법·법률 위반 여부에 대한 최종 심사권을 대법원에 두고 있다.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가 법률 위반 여부를 판단하도록 한 게 헌법상의 권한 다툼을 일으킬 수 있고, 행정기관이 지금처럼 처리 결과를 보고토록 해 ‘강제조항’까진 아니라는 의미도 품고 있다. 법 개정 시 위헌 시비·소송도 수반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국회법 갈등은 이렇듯 헌법상의 ‘3권분립’을 보는 행정·입법부 간, 여야 간 시각차에서 비롯된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정부 발목을 꺾는 다수당의 폭거”로 몰아붙이고, 조 의원이 “시행령이 자꾸 위임 범위를 벗어나 모법이 무력화된다”고 받아친 게 대표적이다. 유사한 대치는 2015년에도 있었다. 당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민주당이 수정요구권을 추가한 국회법을 처리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재의 부결 직후 유 원내대표가 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민주당은 조 의원 개정안이 당론이 아니며 공식 논의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더 논의하고, 거칠 절차가 많이 남았다는 말이다. 정부는 여야 대치를 부르는 ‘시행령 독주’를 자제해야 한다. 정부조직법의 ‘행정기관 권한 위탁’ 조항을 근거로 대통령령을 고쳐 인사검증 권한을 법무부로 이관한 것부터 위법 논란에 휩싸여 있다. 윤 대통령은 규제 완화를 위해 전 부처의 시행령 개정을 독려했다. 논란 중인 행정안전부 ‘경찰국 부활’ 논의도 정부조직법을 우회할 것으로 보인다. 행정 독주나 입법권 침해가 일어나지 않는, 합리적으로 절충된 국회법을 만들어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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