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A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밀 가격이 폭등했지만 주요 밀 수출국인 아르헨티나의 생산량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부의 수출 규제, 전쟁과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제반 비용 상승, 기후위기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 밀 가격은 밀 수출 1위인 러시아와 5위인 우크라이나 사이의 전쟁과 코로나19에 따른 공급망 교란 등으로 1년 전보다 56.2% 폭등했다. 밀 수출 7위 국가인 아르헨티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공백을 채우면서 올해 밀 생산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지난달 이 같은 절호의 기회를 잡을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농민들은 밀 생산량 확대를 주저하고 있다. 북동부 산타페주의 루피노에서 1500헥타르 면적의 밀을 경작하는 농민 아이마르 디모는 “매출을 늘려야 하는 시기지만 확신이 없다”고 말했다.
정부의 엄격한 밀 수출 규제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국내 공급량 확보와 가격 안정을 위해 밀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2022~2023 시즌 밀 수출 쿼터는 1000만톤으로, 2021-2022 시즌의 1450만톤보다 450만톤가량 줄었다. 지난 6일에는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여파로 ‘예상치 못한 이익’을 거둔 기업에 대해 한시적인 특별세를 부과하는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식료품, 에너지, 농산물 관련 기업들이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코르도바 인근에서 밀을 경작하는 우고 기오는 “정부가 생산을 장려하기는커녕 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어려운 경제 상황 탓에 수출 제한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페르난데스 대통령 취임 당시 35%였던 빈곤율은 올해 들어 43%에 육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빵과 밀가루 같은 생필품에 대해 가격 동결 조치를 취하고 있다. 빈곤층과 서민층을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지만 밀 생산 농가 입장에서는 제값을 받을 수 없다는 볼멘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농민들은 올해 밀 수확에 들어가는 제반 비용이 40%가량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쟁 여파로 인한 비료 가격 급등과 높은 인플레이션 탓이다. 지난 12일 세계은행(WB)에 따르면, 지난달 비료가격지수는 223.11로 1년 전(106.07)에 비해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이는 2008년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19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은 아르헨티나는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통화량을 늘리면서 지난 4월 물가상승률이 65%를 넘어섰다.
지속적인 기후위기도 걸림돌이다. 아르헨티나의 비영리 경제연구소 로사리오 무역위원회는 지난 9일 “아르헨티나는 라니냐 현상(동태평양 바닷물 온도가 평균보다 낮아지는 현상)으로 3년 연속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며 “밀 재배가 매우 어려운 환경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로사리오 무역위원회는 2022~2023 시즌 아르헨티나의 밀 생산량이 1850만톤으로, 2021~2022 시즌의 2180만톤을 크게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