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김창기 국세청장을 전격 임명했다. 국가정보원장·검찰총장·경찰청장·국세청장 등 4대 권력기관장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2003년 도입된 후 청문회를 거치지 않은 국세청장이 임명된 것은 처음이다. 지난달 16일 김 청장의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된 후 20일간 청문회가 이뤄지지 않자 3일간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거쳐 임명 절차를 강행한 것이다. 국세청장은 차관급임에도 조세정책 집행을 책임지는 막강한 권한을 지녀 인사청문회 대상이 됐다. 윤석열 정부 첫 조각부터 인사청문회 없이 고위직 임명이 이뤄져 유감스럽다.
청문회 패싱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국세행정 방향 등에 대한 김 청장 견해를 듣고 국민들이 판단하는 과정이 생략됐다.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 구체적 내용 없이 포함된 납세자 권익보호 등의 해법도 들었어야 했다. 김 청장 임명 배경과 도덕성 검증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국세청 조사2국장·감사관과 중부·부산지방국세청장을 지낸 김 신임 청장은 지난해 말 국세청을 명예퇴직했다. 퇴직 인사가 현직 간부를 제치고 국세청장에 발탁된 것은 처음이다. 김 청장의 정치적 중립 의사 등도 국민 눈높이에서 철저히 검증했어야 했다. 윤 대통령은 14일 “세정 업무를 방치할 수가 없어서 부득이하게 인사를 했다”고 했는데, 통상적 업무가 많은 국세청 수장 임명이 미뤄진다고 세무행정이 멈춰서는 것은 아니다.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과 전문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 만취운전 전력의 박순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갭투자 논란을 일으킨 김승희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열려야 한다. 윤 대통령은 18일 인사청문회 시한을 맞는 두 사람 임명 여부에 대해 “상당 시간 기다려보려고 한다”고 했는데, 이 말을 지켜야 한다.
인사청문회 패싱은 원구성 문제로 국회가 보름째 공전한 탓도 크다. 여야는 이참에 국회 정상화를 적극 모색해야 한다. 법사위원장 자리를 놓고 서로 책임 공방하고 힘겨루기만 하기엔 금융·민생·화물연대 파업 위기가 나라를 짓누르고 있다. 민생을 떠난 국회는 존재할 이유가 없다. 여야는 한 발씩 물러서 국회의장단 선출, 법사위 개혁, 법사위원장 여당 이관 문제를 일괄타결 짓는 해법을 조속히 찾기 바란다. 시민의 한숨과 분노가 국회를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