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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이 준 ‘밀가루 두 포대’…60년 넘게 이웃과 나누는 빵집

입력 2022.06.14 21:53

수정 2022.06.14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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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성심당문화원’ 전국서 발길…나눔·환경 정신 전해

성심당문화원 4층 갤러리 라루에는 성심당의 출발점이 된 밀가루 두 포대가 전시돼 있다.

성심당문화원 4층 갤러리 라루에는 성심당의 출발점이 된 밀가루 두 포대가 전시돼 있다.

‘밀가루 두 포대.’

대전의 유명 빵집인 성심당의 ‘출발점’이다. 성심당의 설립자 임길순씨(1997년 작고)와 그 가족은 한국전쟁 중이던 1950년 12월23일 함경남도 흥남부두에서 피란민 1만4500여명을 태운 메러디스 빅토리호를 타고 부산으로 왔다. 임씨 가족은 거제와 진해 등에서 어려운 생활을 이어오다가 1956년 늦여름 열차에 오른다. 목적지는 서울.

“덜커덩, 끼익.”

약 5시간 동안 달려오던 열차가 대전역에서 갑자기 고장으로 멈췄다. 한 번 멈춘 열차는 기약없이 서 있기만 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임씨 가족은 열차에서 내려 대전역 인근에 있는 대흥동 성당을 찾아갔다. 당시 성당을 지키던 신부는 임씨의 지난 이야기를 듣고 나서 밀가루 2포대를 줬다. 임씨는 이 밀가루로 찐빵을 만들어 대전역 앞 천막집에서 팔기 시작했다. 성심당의 ‘시작’이었다.

지난 4일 오후 5시쯤 대전 중구 은행동 성심당문화원에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동네 빵집이 문화원을 열었는데 재미가 쏠쏠하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최근 서울·부산 등 전국은 물론 일본 등 해외에서까지 손님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화원 4층 갤러리의 한 구석에 밀가루 두 포대가 놓여있었다. ‘미국 국민이 기증한 밀로 제분된 밀가루’라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밀가루 두 포대에는 성심당이 추구하는 ‘나눔의 정신’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우리의 삶으로 주위를 이롭게 하는 것’, 우리 성심당은 늘 이 정신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임영진 대표)

성당 신부의 나눔으로부터 시작된 성심당의 ‘나눔 경영’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설립자 임씨는 하루에 만든 빵의 3분의 1 을 이웃에 나눠줄 정도로 나눔에 열정을 보였고, 그의 아들 임영진 현 대표 역시 매월 3000만원 어치가 넘는 빵을 사회복지시설 등에 나눠주고 있다.

성심당문화원은 ‘나눔’과 ‘환경’을 소중히 여기는 ‘성심당의 정신’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공간이다. 1층의 메아리상점에서는 ‘성심당과 함께하는 즐거운 빵 생활’을 주제로 한 유기농·친환경·비건 상품과 성심당 기념품 등을 살 수 있다.

2층에 마련된 메아리상점에 가면 성심당의 대표 상품인 ‘튀김소보루’와 똑같이 생긴 비누를 볼 수 있다. 선물용 등으로 인기가 높다. 튀김소보루를 튀기고 난 콩기름을 정제해 만들었다. 여기서는 버려지는 폐현수막과 밀가루 포대를 재활용해 만든 파우치와 가방 등도 만날 수 있다.

3층 메아리라운지는 문화공간으로 쓰인다. ‘밀가루 두 포대’가 있는 4층 갤러리에서는 현재 ‘연결-시간을 잇다’라는 주제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김미진 성심당 이사는 “시간과 시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한다는 것이 전시회의 주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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