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가 16일 향후 5년간 실행할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경제운용의 중심을 민간과 기업으로 바꾸고, 감세와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경제를 살리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대기업과 부자들의 경제활동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방법으로 경제를 살릴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복합위기에 경제와 시장이 흔들리는 매우 엄중한 시기”라고 했지만, 정작 서민을 위해 시급한 물가대책 등 민생 해법은 내놓지 않았다.
이날 발표된 경제정책방향은 한마디로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감세로 요약된다. 먼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내리고 과세표준 구간도 단순화한다고 하는데, 이는 세전 이익이 많은 일부 대기업에 감세혜택을 몰아주게 된다. 이와 함께 기업에 대한 각종 세제특례 제공과 가업을 이을 경우 상속세 납부 유예, 최고경영자(CEO) 형사처벌 완화 추진 등도 들어 있다. 규제를 완화한다는 명분 아래 노동자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과 공정거래법 등도 손질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런 조치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한다고 했지만, 미국과 유럽연합 등에서는 법인세를 인상하고 있다.
정부의 부유층 친화 정책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보유세 감세에도 나서 재산세·종부세에 적용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과세표준을 정할 때 적용하는 공시가격의 비율) 하향조정, 한시적 특별공제 도입 등도 밝혔다. 앞서 발표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에 이어 고가주택·다주택 보유자일수록 세금감면 혜택이 큰 조치들이다. 지난해 주택분 종부세 부과 대상자가 국민의 2% 정도라는 점에서 명백한 부자감세다. 서민주거안정 대책은 없고, 정권 입맛에 따라 종부세를 조정하는 나쁜 선례를 남기는 꼴이다.
한국 경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중고에 직면해 있다. 인플레이션과 불황이 겹치는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나오는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전날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75%포인트 인상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렇게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것은 28년 만의 일이다. 이로 인해 한국은 금리역전에 따른 외국 투자금의 유출과 환율상승(원화가치 하락) 등을 막기 위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해졌다. 고금리는 서민과 중소상공인들의 이자부담을 늘려 고통을 가중한다. ‘영끌’과 ‘빚투’에 나선 사람들이 한계 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
새 정부 경제정책이 발표되자 실패로 끝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낙수효과’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세운다)의 재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런 정책으로는 경제·사회적 불평등·양극화를 해소하기는커녕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상당수 정책은 실효성이 의심될 뿐 아니라 법 개정 항목도 많아 실행 가능성이 불투명하다. 정부의 인식 재점검과 정책보완이 요구된다. 윤 대통령은 “국민·정치권의 협력과 동참”을 요청했지만 협력·동참이 가능한 정책을 내놓는 것이 먼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