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경찰이 16일 2020년 9월21일 서해에서 표류 중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 이모씨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열고 “(이씨가) 자진 월북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시 해경은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씨가 도박 채무 등을 이기지 못해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국방부도 “피살된 공무원이 월북을 시도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함으로써 국민들께 혼선을 드렸다”고 했다. 앞서 국가안보실은 이씨 유족들이 제기한 정보공개청구 소송 1심에서 패하자 냈던 항소를 취하했다. 대통령실의 소 취하에 맞춰 정부 기관들이 일제히 사과와 유감을 표명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이런 조치에 대해 “유족에게 사망 경위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정보를 제한하였던 과거의 부당한 조치를 시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정치적인 이유로 이씨 사망 경위를 성급하게 판단한 만큼 새로운 증거를 통해 사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국가의 의무인 만큼 이씨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밝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관련 규정과 사건의 특성상 이씨 사망의 진상을 밝히는 것은 쉽지 않다. 이씨의 월북 상황을 밝히려면 군의 SI(특별취급첩보)를 공개해야 하는데, 이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관련 자료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돼 15년간 봉인됐다. 또한 북한과 공동조사를 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2012년 대선 직전 정문헌 당시 새누리당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NLL을 포기하겠다는 발언을 한 사실이 대화록에서 발견됐다”고 했지만, 대선 후 허위사실로 판명됐다. 대선 후 공개된 대화록에서 이 발언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했음이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의 사정이 시작되는 시점에 정부가 이씨 피살 경위에 대해 말뒤집기에 나선 것이 찜찜하다. 만약 여권이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용해 신구 정권 간 갈등을 의도했다면 그 후과에 대해 책임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