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중앙은행(BOE)과 스위스 중앙은행(SNE)이 16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오랜 기간 양적완화를 고수해온 스위스마저 15년 만에 금리를 0.5%포인트 올리자 시장에서는 ‘혁명적’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그만큼 크다는 의미여서 전 세계 주요 증시가 일제히 하락했다. 기획재정부는 17일 펴낸 ‘6월 최근 경제동향’에서 “투자 부진, 수출회복세 약화 등 경기둔화가 우려된다”면서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 및 글로벌 경기 하방 위험이 더욱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한국 경제가 안팎으로 심각한 곤경에 처했음을 인정한 것이다.
주요국의 잇따른 금리 인상은 풍부한 유동성의 시대가 끝났음을 의미한다. 이는 그동안 가파르게 올랐던 자산가격에 끼었던 거품이 꺼지는 신호이기도 하다. 실제 미국 뉴욕증시 S&P500지수는 연초 이후 23.6%, 기술주 중심 나스닥지수는 32.8% 떨어져 이미 약세장에 진입했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10.48포인트(0.43%) 하락한 2440.93으로 마감했다. 연초 이후 코스피 하락률은 18.3%로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당분간 미국 증시가 더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아 코스피 바닥도 더 깊어질 수 있다. 가상통화 대표 비트코인 가격은 6개월 새 반토막이 났다.
자산가격 거품 붕괴는 부동산시장으로 파급될 수 있다. 지난해 대도시 집값이 18% 급등했던 미국은 지난달 신규주택 착공이 14% 줄어 집값 하락 기미를 보이고 있다. 한국도 비슷하다. 한국갤럽이 최근 향후 집값 전망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내릴 것이라는 응답이 44%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27%)보다 높았다. 한국부동산원의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6주 연속 하락했다. 한국 가계부채의 60%가량은 주택담보대출이다. 주택 구입은 빚을 내 주식 등에 투자하는 ‘빚투’와 유사하다. 경기둔화와 고물가로 실질소득이 줄어드는데 금리 상승과 집값 하락까지 겹친다면 대출자는 큰 고통에 빠지게 된다.
폭이 문제일 뿐 다음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해 보인다. 위험 자산과 부채를 관리하는 것은 각 경제주체들의 몫이다. 하지만 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지면 예상치 못했던 위험에 맞닥뜨릴 수 있다. 과거 외환위기나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충격이 오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금융당국의 선제적인 대처가 중요해졌다. 잠재한 위험 요소를 살피고 충격을 최소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