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7일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의원 수사가 ‘정치보복’ 논란을 빚는 데 대해 “정상적인 사법시스템을 정치논쟁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검찰의 ‘산업부 블랙리스트’ 수사가 당시 청와대까지 확대되고 경찰이 ‘백현동 개발 사업’을 진행한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한 상황을 두고도 “형사사건 수사는 과거 일을 하는 것이지 미래 일을 할 수는 없지 않으냐”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정부 때는 안 했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윤 대통령 스스로 보복·과잉 수사를 없애겠다고, 또 대한민국을 새롭게 시작하겠다고 정권교체를 해달라고 하지 않았던가. 과거에도 한 일을 왜 문제 삼느냐고 집권 초부터 방어막을 치는 인식이 못내 안타깝다.
윤 대통령은 검경 수사를 과거와 견주며 문재인 정부 초기의 박근혜·최순실·이명박·이재용 수사를 떠올린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초유의 대통령 탄핵 후에 촛불 시민들이 요구한 적폐 수사와 보수정당·단체들이 고발한 전 정권·대선 주자의 임기 초 수사를 같은 잣대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윤 대통령은 전 정부에서 특검·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을 거치며 적폐수사를 한 장본인이다. 스스로 정치보복 수사를 했다는 것인지 밝혀야 한다.
지금의 사정정국 갈등은 정부 여당이 자초한 면이 크다. 윤 대통령은 대선 때 한 인터뷰에서 “(전 정권 수사를) 해야죠”라고 말한 바 있다. 정치보복 논란이 일자 그런 일은 없을 거라고 했고, 대선 직후엔 “모든 (수사)문제는 시스템으로 하는 게 맞지 않겠나”라고 했다. 작금의 전 정권 수사도 고발된 대로, 단서대로 하는 ‘정상적 사법시스템’이라고 보는 셈이다. 그러나 6·1 지방선거 후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는 일련의 전 정부 수사를 야당은 ‘기획·보복 수사’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선 때 고발된 이 의원 의혹 6개도 모두 강제수사로 돌입했다. 그러면서도 검찰이 284차례 범죄일람표까지 국회에 보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는 함흥차사가 됐다. 형평성을 잃은 수사는 여야 협치와 국민 통합에 암운을 드리울 뿐이다.
수사기관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2개월째 총장이 공석 중인 검찰은 ‘대통령 복심’으로 불리는 한동훈 법무장관이 인사·조직을 개편하고 있다. 경찰도 행정안전부에 ‘경찰국’을 신설하는 문제로 30년간 확충·보완해온 수사 중립성이 위협받고 있다. 검경 모두 지휘부 교체기에 신뢰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법치의 내로남불’은 없어야 한다. 특정 세력과 정치인을 겨눈 수사일수록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