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직이 한 달 넘게 비어 있다. 대부분 정부에서 초대 검찰총장 인선이 빠르게 진행됐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아직까지 구체적 후보군조차 드러나지 않고 있다. 경향신문 보도를 보면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조차 아직 구성되지 않았다고 한다. 후보추천위 구성부터 인사청문 절차까지 감안하면 총장 임명까지 2~3개월 더 걸릴지 모른다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 수사권 축소 입법이 이뤄진 만큼 검찰의 역할·기능 재정비가 시급한 시기다. 다른 분야에도 검찰 출신이 줄줄이 진출하는데, 정작 검찰 수장 자리는 공석이 이어지고 있으니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달 17일 취임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바로 다음날 이원석 대검찰청 차장검사와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찰 주요 보직 인사를 시행했다. 특수통 중심의 ‘윤석열 사단’이 핵심 보직을 휩쓸었고,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대척점에 섰던 ‘반윤’ 검사들은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등 한직으로 밀려났다. 그런데 검찰은 또 한 번의 대규모 인사를 앞두고 있다. 법무부는 21일 검찰 인사위원회를 소집한 뒤 고검장·지검장 인사를 할 방침이라고 한다. 수사 실무를 맡을 차장검사·부장검사 등 중간간부 인사도 임박했다. 한 장관이 총장 공백 상태에서 또다시 검찰 인사를 좌지우지하게 되는 것이다. 검찰청법은 검사 인사와 관련해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 의견을 들어 검사의 보직을 제청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무부는 총장 직무를 대리하는 대검 차장 의견을 듣겠다고 하지만, 편법적이라는 비판은 면할 수 없다.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은 총장의 임무와 사명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터다. 그럼에도 총장 인선을 미루는 까닭은 한동훈 장관과 ‘윤석열 사단’ 간부들로 이어지는 ‘검찰 직할체제’로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인가. 아니면 자신과 한 장관의 지침에 충실할 총장감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인가. 윤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 장관은 과거 청와대 민정수석이 맡아오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기능을 이미 넘겨받은 터다. 검찰총장 공백 상태에서 검찰 조직까지 쥐락펴락하게 된다면, 한 장관은 법무장관과 검찰총장과 민정수석을 사실상 겸임하는 격이 된다. 이 같은 권력 집중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조속한 시일 내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총장 후보자를 지명해 국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