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시장금리인 국고채 3년물 금리가 20일 채권시장에서 연 3.67%로 마감해 7거래일 만에 소폭(0.07%포인트) 하락했다. 기준금리가 연 1.75%로 인상된 것은 지난달 26일이었다. 이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72%포인트 올라 기준금리보다 1.82%포인트 높아졌다. 기준금리는 그대로인데 시장금리가 오른다는 건 시장 참여자들이 기준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연 1.75%인 기준금리를 올해 말까지 3%대로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금리 상승은 대출자 부담을 가중시킨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고정) 금리는 지난 17일 기준 연 4.33~7.14%다. 6개월 새 금리 상단이 2.16%포인트 올랐다. 10년 원리금균등상환 조건으로 2억원을 대출했다면 금리가 2%포인트만 올라도 연간 대출이자가 235만원 늘어난다.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연말에 8%를 넘어설 게 확실시된다. 올 들어 전국 부동산 생애 최초 매수자는 월평균 3만8749명으로 2010년 이후 가장 적은 것으로 집계됐다. 급증하는 대출이자 부담이 주택시장마저 침체시키는 것이다.
최근의 대출금리 급등에는 기준금리보다 빠른 속도로 금리를 올려 잇속을 챙기는 은행권 행태도 한몫했다. 은행연합회 자료를 보면 지난 4월 신용 3~4등급 신용대출 금리는 KB국민·신한은행이 연 5.79~5.9%였다. 여기에는 3.83~4.62%의 가산금리가 포함돼 있다. 은행들은 가산금리가 업무원가·리스크프리미엄 등으로 구성됐다고 하지만, 자의적으로 높여도 외부에선 알 수 없다. 경기가 회복되지 못했음에도 올해 1분기 금리 상승기에 5대 금융그룹은 사상 최대인 11조3385억원의 이자이익을 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차이를 주기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보 비대칭을 해소해 금융소비자 권익을 높이려면 은행의 금리 산정체계와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은행들의 과도한 이자 장사를 막기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은행장들과 만나 “금리 상승기엔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금리를 합리적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은 대출이자 부담이 커지면 가장 큰 고통을 받는다.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는 은행들이 취약계층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공공성을 발휘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