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20일 첫 기자간담회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와 관련해 “국민 발을 묶어 의사를 관철하는 상황에 대해선 엄격한 법집행을 할 것”이라며 “불법행위는 지구 끝까지 찾아가서라도 반드시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아침 전장연이 정부에 장애인 권리보장 예산 반영을 요구하며 서울지하철 4호선 혜화역에서 탑승 시위를 재개하자 초강경 대응 기조를 밝힌 것이다. 수도 서울의 치안총수가 이토록 저열한 인식을 갖고 있다니 매우 유감스럽다. 발언의 취지와 표현 모두 비판받아 마땅하다.
김 청장 발언은 지난 4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시민들의 출근을 볼모로 잡은 것은 비문명적”이라 주장한 걸 연상시킨다.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이 혐오의 시선을 무릅쓰고 시위에 나선 것은,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할 교통약자법이 제정된 후에도 역대 정부가 예산을 제대로 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전장연은 기획재정부에 예산 반영을 촉구해왔으나 답변을 듣기는커녕 면담조차 거부당했다. 전장연이 지난주부터 월요일마다 지하철 승하차 시위를 재개한 배경이다. 결국 출근길 지하철 이용자들이 겪는 불편의 책임은 정부에 있다. 경찰의 책무는 정부의 무책임과 여권의 혐오 선동에 편승하는 게 아니라, 헌법적 기본권인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안전하게 보장하는 일이다.
이번 발언은 윤석열 정부의 ‘경찰 길들이기’와 맞물려 우려를 더한다. 행정안전부 ‘경찰 제도개선 자문위원회’는 행안부 경찰국 신설 및 행안부 장관의 경찰 지휘권 명문화 등을 포함하는 경찰 통제 방안 권고안을 21일 발표할 예정이다. 김창룡 경찰청장의 임기 만료가 임박한 만큼, 경찰 내부에서 권력을 향한 ‘줄 서기’가 벌어지고 있는 것 아닌지도 의심스럽다. 김 청장은 지난 10일 취임사에서 “치안의 품격은 지휘관의 청렴과 도덕성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취임사에 비추어 스스로를 돌아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