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첫 우주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2차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대를 박차고 오른 누리호는 탑재한 인공위성을 고도 700㎞의 목표 궤도에 안착시켰다. 이날 발사 성공으로 한국은 자력으로 실용급 위성 발사가 가능한 7번째 국가가 됐다. 우주 강국의 꿈에 성큼 다가섰다. 누리호 개발과 성공적인 발사를 위해 애쓴 관계자 모두에게 뜨거운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누리호 발사 성공은 우리의 발사체로, 우리 인공위성을, 우리 발사장에서 우주로 쏘아 올렸다는 데에 의미가 크다. 앞으로는 위성을 실은 발사체의 발사가 언제든 가능한 만큼 우주 개발에 독립적인 ‘우주 주권’을 확보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2013년 나로호 발사 성공은 러시아의 기술협력을 받았지만, 이번 누리호는 그 설계와 제작·시험·발사 운용 등이 모두 자체 기술에 의해 수행됐다. 이는 37만개의 부품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작동하게 하는 첨단 기술이다. 2010년부터 연 1000여명과 300여개 국내 기업이 2조원의 예산을 투입함으로써 12년 만에 거둔 결실이다.
우주 발사체 기술은 미사일과 같은 원리로, 기술보유국들이 기술 이전 등을 철저히 제한하고 있다. 인공위성 기술에 비해 한국형 발사체 기술 확보가 더딘 이유이다. 발사체 기술의 확보는 우주항공 분야를 넘어 정보통신·소재 등 경제산업, 군사안보, 과학 등 여러 부문의 발전을 촉진한다. 우주 개발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또 위성 모사체를 실은 1차 발사 때와 달리 이번에는 성능검증위성 1기와 4개 대학팀이 각각 개발한 4기의 초소형 위성이 탑재된 것도 의미가 있다.
우주 개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우주 선진국들은 이미 과학적 탐사·연구를 넘어 희귀 자원 개발과 우주 정보통신기술 확보 경쟁에 나섰고, 군사안보를 위해 우주군을 운용하고 있다. 우주관광 등 민간 기업들 간 경쟁도 뜨겁다. 국가가 나선 ‘올드 스페이스’ 시대를 넘어 민간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가 활성화된 것이다.
한국이 우주 개발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아직도 과제가 많이 남아 있다. 누리호는 2027년까지 모두 4차례의 발사를 통해 한국형 발사체의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 미국 기업 스페이스X가 발사체 재사용 기술로 비용을 줄이는 것처럼 고성능 저비용의 차세대 발사체 개발과 인공위성 제작 및 활용 능력도 향상시켜야 한다. 오는 8월에는 한국의 최초 달 궤도선인 다누리 발사를, 2031년엔 달 착륙선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우주 강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예산 투입과 기술 개발, 인력 양성 등 정부의 치밀한 계획과 추진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