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23일 연장노동시간 한도를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바꾸고, 임금체계를 호봉제 중심에서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등의 노동시간 및 임금체계 개편안을 발표했다. ‘윤석열식 노동개혁’의 밑그림을 내놓은 셈이다. 주요 경제단체들은 환영한 반면 양대노총은 저임금·장시간 노동이 심화될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정부가 사회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할 경우 갈등은 불가피하다.
현재 주 12시간으로 규정된 연장노동시간 한도가 월 단위(4주)로 바뀔 경우, 한 주에 최대 88시간(기본 40시간+연장 48시간)까지 노동이 가능해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쉴 수 있어야 한다”는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노동부는 내달 전면 시행 1년을 맞는 ‘주 52시간제’가 유연근로제 같은 보완책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중심 산업개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그러나 연간 1928시간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500시간)을 크게 웃도는 한국의 노동시간을 줄이고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할 방안은 보이지 않는다. 노동부는 노동시간 유연화 방안의 시행 여부는 개별 사업장별로 ‘노사 합의’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한국의 노조 조직률이 14% 수준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노사가 대등한 지위에서 협상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불어 제시된 임금체계 개편도 뜨거운 감자다. 노동부는 “연공성 임금체계는 저성장 시대, 이직이 잦은 노동시장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100인 이상 사업체 55.5%가 호봉제로 운영되면서 근속 1년 미만 노동자와 30년 이상 노동자의 임금차가 2.87배 벌어지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연공성 임금체계에 일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호봉제 문제는 노사 자율영역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에 따라 초임을 높이고 사회안전망 강화가 병행될 때 실질적 변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정부는 다음달 구성되는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를 통해 10월까지 관련 입법·정책과제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노동계에서는 정부가 이미 방향을 정해놓고 명분쌓기에 들어갔다고 본다. 임금체계 개편 주체를 노동조합 대표가 아닌 ‘부문별 근로자 대표’로 우회하는 방안을 밀어붙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부가 노동자에게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과거 위기 때 악습이 되풀이돼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