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3년 만에 1300원대 환율, 수출 대책·안전판 마련해야

원화가치가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졌고, 코스피지수는 연저점을 갈아치우며 추락했다. 23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5원 오른 달러당 1301.8원으로 마감했다. 1300원을 웃돈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 7월13일 이후 12년11개월 만이다. 코스피지수는 28.49포인트(1.22%) 내린 2314.32를 기록했다. 1년7개월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원화가치와 증시의 동반 약세는 금융시장의 혼란을 부르고, 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실물 경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과거에는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은 이득을 봤다. 제품을 같은 달러화 가격에 팔아도 원화로는 이익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원자재와 에너지, 곡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수출기업은 대부분 원자재·중간재를 수입해 가공해 완제품을 만든다. 환율이 급등하면 자재 비용이 그만큼 늘어나 예전처럼 수출경쟁력 증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게다가 경기침체 우려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줄고 있다. 수입기업으로서는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동시에 상승하면 비용 부담이 훨씬 더 커진다. 이는 국내 물가 상승을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금 원화가치 하락은 외국인투자가의 증시 이탈과 맞물려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시장에서 이달 들어 15거래일 중 14일간 5조3000억원 순매도 행진을 벌였다. 무역 적자도 원화약세를 부추긴다. 이달 1~20일 무역수지는 76억달러 적자로, 올 들어 누적적자는 154억6900만달러로 늘었다. 무역 적자는 국내에 들어오는 달러가 그만큼 줄어든다는 뜻이다. 무역협회는 올 무역수지가 14년 만에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5월 말 기준 4477억1000만달러로 3개월 새 140억6000만달러 줄었다.

환율·물가·금리는 오르고, 증시·수출·경기는 둔화하고 있다. 문제는 3고 현상은 아직 정점에 이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퍼펙트 스톰’이 밀려오고 있다. 당장 환율 급등에 따른 수출입 기업의 애로를 해소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달러화 부족 상황을 막으려면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체결 등 안전판도 마련해야 한다. 비상사태인 만큼 정부는 쓸 수 있는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가계와 기업도 최악의 위기에 맞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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