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시간·임금체계 개편 방침에 대해 “아직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발표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전날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주 최대 52시간제’ 산정 기간을 월 단위로 바꾸고, 임금체계도 성과·직무급제를 확대하는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주무 장관이 직접 브리핑한 사안을 대통령이 하루 만에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대통령 따로, 장관 따로식 국정’이라는 야당 비판에 정부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에 기자들이 주 52시간제 개편에 대해 묻자 “내가 어제 보고를 받지 못한 게 아침 언론에 나와 확인해보니, 노동부에서 발표한 게 아니고 부총리가 노동부에다가 아마 민간연구회라든가 이런 분들의 조언을 받아서 ‘노동시장 유연성에 대해 좀 검토해보라’고 이야기해 본 사안”이라고 했다. 이 말대로라면, 노동부 장관이 전날 발표한 사실 자체를 대통령이 몰랐던 건지, 경제부총리가 검토해보란 정책을 노동부가 발표까지 했다는 건지 아리송하다. 노동부는 파문이 커지자 “발표 전 대통령실에 알렸다”고 했고, 대통령실은 “(대통령이) 언론에 보도된 게 최종안인 줄 알고, 그걸 보고받지 못했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노동부도 전날 브리핑에서 7월에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구성해 10월까지 입법·정책과제를 확정할 계획임을 분명히 밝혔다. 결국 이틀간 정부·노동계·야당·언론이 묻고 옥신각신한 문제가 ‘대통령의 착각’에서 비롯된 셈이다.
이번 국정 혼선 속에서 정부가 직시할 것은 따로 있다. 노동시간 유연화는 국정과제에 적시한 사안이고, 윤 대통령도 국회 시정연설에서 노동·교육·연금을 3대 개혁과제로 제시했다. 노동시간과 임금체계는 시민의 일상생활과 소득·건강 문제가 얽혀 있는 중대 사안이다. 노동부 장관이 월 단위 주 52시간제를 처음 제시하자마자 양대노총은 “저임금·장시간 노동이 심화된다”며 반발했고, 언론도 바로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정부가 설익은 정책으로 여론을 떠볼 일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사안도 아닌 것이다.
도어스테핑(약식회견) 문제도 돌아볼 때가 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도 출근길에 6가지 질문에 답했다. 노동정책 혼선도 그 짧은 시간에 일어난 것이다. 대통령실 해명대로라면, 윤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어야 한다. “어제 고용노동부 장관이 브리핑한 내용은 ‘확정된 안’이 아니고 여론을 더 수렴해서 정할 정책입니다.” 정부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하니 혼선이 커지고, 대통령이 강조해온 ‘책임장관제’는 희화화됐다. 국정 최고책임자의 말은 무겁고 명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