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 동쪽을 뜻하는 강원도 영동지역은 1970년대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까지만 해도 오지 중의 오지였다. 고속도로가 뚫린 뒤에도 주말마다 교통체증에 시달렸고, 폭설이 내리면 며칠씩 발이 묶였다. 그러던 영동지방이 영동고속도로 확장과 서울~양양고속도로(2017년), KTX 강릉역(2018년) 개통 이후 각광받고 있다. 속초와 강릉은 ‘서울에서 동해를 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도시’가 됐다.
강원도 아파트값이 2020년 5월9일 이후 111주째 한 주도 하락하지 않고 꾸준히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26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동향자료를 보면 6월 셋째주 강원도 아파트값은 0.05% 상승했다. 올해 누적 상승률은 1.36%로 같은 기간 서울(-0.16%), 수도권(-0.35%)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5월 말 기준 강원도 주민등록인구는 153만9005명으로 1년 새 3514명 늘었다. 경상·전라 지역은 감소, 충청은 제자리 수준인 상황과 대비된다.
속초와 강릉이 아파트값을 끌어올렸다. 교통망 확충으로 접근성이 개선된 영향이 큰데, 바닷가 아파트값이 특히 많이 올랐다. 그런데 아파트값 상승에 따른 이익의 상당 부분은 외지인 몫이다. 외지인이 ‘세컨드 하우스’ ‘갭투자’ 등 명목으로 아파트를 사들이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지난 4월 속초 아파트 전체의 40.9%, 강릉은 33.7%가 외지인 거래였다. 정부는 비수도권에 공시가격 3억원 이하 주택을 보유하면 1주택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편하기로 했다. 강원도 저가 아파트에 대한 외지인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 18개 시·군 가운데 12개가 인구 감소 지역이다. 최근 인구 증가는 원주혁신도시와 춘천 등 일부 도시에 한정된 현상이다. 부동산원 통계는 7개 시 지역만을 대상으로 했다. 강원도의 75만여가구는 경기 수원·안양 두 도시를 합친 규모와 비슷하다. 일부 지역 아파트값 오름세만으로는 활력이 생겼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지난 10일 ‘강원특별자치도법’이 공포됐다. 국회는 강원특별자치도법의 내실을 채우기 위한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강원도’ 명칭이 바뀌는 것은 조선 태조 4년(1395년) 이후 628년 만이라고 한다. 1년 뒤 특별자치도로 새출발하는 강원도의 저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