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최저임금은 묶고 내부거래 규제는 풀라는 재계, 지나치다

민간 주도 성장을 천명한 윤석열 정부를 향해 재계가 규제완화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최저임금은 동결하고, 내부거래 규제는 없애고, 중대재해처벌법은 완화하고, 주 52시간제는 유연화하자는 것이다. 윤 대통령 임기 동안 100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한 재계가 영수증을 내밀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은 지난 23일 비공개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9160원) 수준으로 동결할 것을 요구했다.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의 임금지불 능력이 한계상황에 직면한 것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4% 후반대인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외면한 것으로, 노동계가 ‘가구 생계비’를 기준으로 1730원(18.9%) 인상을 요구한 것과 간극이 크다. 일각에선 ‘임금발 인플레이션’을 우려하지만 한국노동연구원은 최저임금을 10% 인상하더라도 전체 임금은 약 1%, 물가는 최대 0.2~0.4% 상승에 그친다고 분석한 바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4일 연 포럼에서는 대규모 기업집단의 계열사 부당지원을 막기 위해 도입된 내부거래 규제 때문에 기업 성장이 저해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재벌의 문어발 확장과 계열사 지원을 통한 경영권 대물림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규제를 풀어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자율규제를 요구할 만큼 재벌기업의 윤리의식이 아직 성숙하지 못했다. 10대 재벌기업의 내부거래 비중과 평균 금액이 감소한 와중에도 총수일가 또는 총수 2세 지분율이 클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경향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내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고치겠다고 밝혔다. 경영책임자에게 산재예방 책임을 물어 노동자들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것인데, 법 시행 5개월 만에 처벌 수위를 낮추게 됐다. 일정대로 추진된다면 정부가 재계 편을 드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주 52시간제’도 흔들리고, 법인세 최고세율도 현행 25%에서 22%로 낮아질 예정이다. 나아가 경제단체들은 기업인 사면·복권까지 주문하고 있다.

기업이 국가 경제에서 중요한 축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자기들 이익만 앞세우는 것은 곤란하다. 이명박 정부 때 검증이 끝난 ‘낙수효과론’을 또다시 들고나온 윤석열 정부가 기업 편만 들면 사회적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 복합 경제위기라는 거센 파고는 노사정 상생 없이 넘기 어렵다. 재계 요구가 사회통합을 훼손하는 수준에 이르러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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