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7일 경찰에 대한 직접 통제권을 가지는 이른바 ‘경찰국’을 행안부 안에 조속히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달 15일까지 최종안을 마련하고 관련 규정 제·개정에 착수한다고 했다. 지난 21일 행안부 경찰제도개선자문위원회가 내놓은 권고안을 대폭 수용한 것이다. 시민들의 우려와 반대 의견을 묵살하고 행안부를 통한 경찰 통제 방안을 강행하려는 처사에 개탄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이 장관은 이날 경찰 통제 방안을 발표하면서 이것이 국정운영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과거 정부들이 청와대를 통해 직접 경찰을 통제한 것이 문제라며, 현 정부는 헌법과 법률에 따라 행안부 장관을 통해 경찰을 지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민정수석과 치안비서관을 폐지했기 때문에 경찰을 지휘·감독할 조직이 필요하다는 논리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경찰의 역할과 통제를 규정한 법률 중 정부조직법 등 일부를 과도하게 해석한 결과이다. 전문가들은 “행안부 장관 권한을 실질화하면서 현행 경찰위원회를 형식화하는 것에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한다. 경찰국 신설이 경찰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한다고 주장하지만, 경찰을 되레 정권에 예속시키게 된다는 것이다.
경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조치는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경찰을 견제하기 위해 정치인인 행안부 장관이 경찰 지휘·통제권을 가져야 한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경찰이 독립성을 지키려면 독임제가 아니라 합의제로 운영·통제되는 게 타당하고, 그 취지로 설치된 기구인 경찰위원회의 기능 강화를 통해 경찰 권한을 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부조직법상 행안부 장관의 직무 권한에 ‘치안’을 두지 않았는데 시행령만으로 경찰업무 조직 신설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위법 소지가 있다.
김창룡 경찰청장이 이날 행안부의 방침에 반발해 사의를 표명했다. 김 청장은 지난 주말 이 장관과 98분간 통화하며 경찰법 취지를 설명하고 경찰국 신설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수용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선 경찰관들은 행안부 경찰국 부활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경찰의 중립화’는 이승만 정부의 내무부가 경찰조직을 부정선거에 동원한 것에 항거해 일어난 4·19혁명을 통해 헌법에 도입된 가치이다. 그리고 박종철 고문 치사 사건 이후 다시 경찰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1991년 경찰청을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외청으로 분리했다. 이를 되돌리는 것을 법치주의라고 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정부는 행안부 통제안을 철회하고 여론 수렴을 통해 민주적 통제 방안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