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28일 시행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단연 눈에 띄는 이는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이다. ‘고발 사주’ 사건과 관련해 재판을 받고 있는 손 검사는 서울고검 송무부장으로 이동하게 됐다. 손 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총장의 눈과 귀’로 불리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을 지내며 국민의힘 측에 고발장을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고검 송무부장은 핵심 보직은 아니지만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 승진을 바라볼 수 있는 자리다. 2015년까지만 해도 검사장급이 가던 보직이었다. 중대 비위 혐의로 재판받는 검사가 직무배제되거나 한직 발령을 받기는커녕 영전된 것이다.
형사사건의 피고인은 유죄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 그러나 손 검사는 일반 시민이 아니라 ‘공익의 대표자’인 검사이다. 받고 있는 혐의도 공직선거법·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공무상 비밀누설 등으로 하나같이 가볍지 않다. 서울고검 송무부장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민사소송·행정소송을 수행하거나 지휘감독하는 직책이다. 선거법을 어기고 공무상 비밀을 누설한 혐의를 받는 검사가 국가소송을 책임진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인사가 견지해야 할 형평성 원칙에도 어긋난다. 앞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유배지’로 불리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정원까지 늘려가며 문재인 정부 당시 주요 보직을 맡았던 검사들을 좌천시켰다. 한 장관은 이 같은 인사를 두고 “감찰이나 수사로 그 상태(수사·재판 대상)가 지속되는 고위급 검사 수가 늘었다. 그런 분들을 국민을 상대로 수사·재판하는 곳에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손 검사는 왜 예외가 되나. ‘윤석열 사단’이라는 이유 외에 다른 설명을 내놓을 수 있나.
고발 사주 의혹에 연루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압수수색을 받았던 성상욱 부산지검 서부지청 인권보호관도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으로 영전했다. 전국 최대 규모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 부장은 모든 검사가 한번쯤 맡아보고 싶어하는 노른자위 보직이다. 성 검사는 윤 대통령의 총장 재직 중 대검 수사정보2담당관으로 있으면서 ‘판사 사찰 의혹 문건’을 작성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 배경에 대해 “국민의 이익을 위해 검찰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 업무와 관련된 비위 혐의로 기소되거나 압수수색 대상이 된 검사를 중용하는 일이 ‘국민의 이익’과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궁금하다. 진정 국민의 이익을 위해 검찰이 제대로 일하게 하려면,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낼 총장을 인선하는 게 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