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29일(현지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정상회의를 열고 러시아를 현존하는 최대 위협으로, 중국을 ‘구조적 도전’으로 규정한 새 전략개념을 채택하기로 했다. 나토가 향후 10년간 최우선 과제와 임무를 담은 청사진에 중국을 언급하는 것은 처음이다. 유럽의 군사동맹이 아시아·태평양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중국 간 대결이 본격화할 수 있다. 한국 외교가 감당해야 할 부담이 한층 더 무거워졌다.
나토는 2010년 채택한 기존 전략개념에서 러시아를 ‘전략 파트너’로 표현했지만 중국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중국의 광범위한 정치·경제·군사적 활동들”을 나토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했다. 이는 중국을 현존하는 위협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나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와 유대를 강화해온 중국을 경계해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최근 “중국을 적으로 여기지 않지만 러시아와의 유대 관계가 우려스럽다”고 했다. 이런 나토 전략 변화의 밑바탕엔 미·중 간 전략경쟁이 깔려 있다. 미국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의 목표가 대서양·태평양 동맹 네트워크 구축에 있음을 분명히 했는데, 그대로 관철시킨 것이다.
나토의 새 전략으로 국제관계에 큰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나토는 행동반경을 아·태 지역으로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얻었지만 중국은 새 위협을 안게 됐다. 미·영국·호주 3국 안보동맹 오커스(AUKUS)와 미·일·호·인도 4국 안보협의체 쿼드로 격화된 미·중 갈등에 또 다른 위협 요인이 더해졌다. 이번 나토의 움직임에 중국이 지속적으로 신냉전 도발과 아·태 지역에 인위적인 갈등을 조장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향후 전 세계가 미·중 경쟁에 따른 리스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대만을 둘러싼 양국 간 우발적 충돌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한·미·일 정상회담과 나토 정상회의에 잇따라 참석했다. 첫 다자외교 무대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협조와 지지를 요청했다. 중국을 위협으로 상정한 나토의 새 전략이 가져올 국제질서 변화는 한국에 부담거리다. 윤 대통령은 옵서버로 참석한 만큼 나토의 전략개념을 전폭 수용할 필요는 없다. 중국과의 관계를 손상시키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 국익을 지키는 주도면밀한 외교 전략이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