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자 무대서 제재만 외친 윤 대통령, 한반도 긴장 대책 뭔가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3박5일 동안 한·미·일 3국 정상회담과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 등 일정을 소화했다. 대통령실은 “가치규범 연대, 신흥안보 협력 강화,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등 세 가지 목표를 기대 이상으로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이번 나토 참석 행보로 중국·러시아의 반발과 북한의 무력시위 등 한국이 질 부담이 커졌다. 냉정한 평가와 후속 대책이 있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29일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 대북 공조 강화를 강조했다. 나토 동맹국·파트너국 정상회의 연설에선 “무모한 핵·미사일 개발 의지보다 국제사회의 비핵화 의지가 더 강하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보다 강한 대북 제재를 통해 비핵화를 끌어내야 한다는 논리다. 7차 핵실험을 준비 중인 북한에 대한 경고는 필요하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제재 수위만 높이는 방법으로는 북한을 궁극적 비핵화 길로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최근 신냉전으로 불릴 만큼 국제질서가 변하고 있다. 한국을 처음 옵서버로 초청한 나토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러시아를 “가장 심각하고도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하고, “중국의 명시적인 야망과 강압적인 정책이 우리의 이익, 안보, 가치에 도전한다”고 했다. 대북 제재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중·러의 동참이 필수적인데, 이런 상황에서는 양국 협조를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북한이 이 상황을 활용해 무력시위 강도를 높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의 대북 압박 구상은 한반도 긴장만 높일 뿐이라는 평가가 객관적이다.

윤 대통령은 이번 일정 동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다섯 차례 만났고, 관계 정상화 필요성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미래지향적 접근’을 언급했고, 대통령실 관계자는 ‘톱다운(하향식)’ 대화 추진을 언급하며 “정상끼리는 (문제를 해결)할 준비가 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양국 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진솔한 반성이 전제되어야 하며, 피해 당사자들과의 충분한 협의가 있어야 한다. 의욕만 앞세운 정상 간 해법은 역풍을 맞을 수 있다. 첫 다자외교 무대에서 선보인 윤석열 외교는 불안하다. 주도면밀한 한반도 상황 관리와 더불어 균형 잡힌 외교전략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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