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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교육

입력 2022.07.02 03:00

‘좋은 교육은 무엇인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이자 초등학생 아이의 엄마인 내 머릿속에 맴도는 질문이다. 최근 서울에서 광주로 생활 기반을 옮기면서 더욱 고민이 된다.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는 지역사립대이다. 이전에 근무했던 서울 소재 대학들이 학생들을 학술 논문 생산자로 성장하도록 도울 것을 강조했다면, 지역 소재 대학들은 학생들의 취업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듯하다.

채석진 조선대 신문방송학과 조교수

채석진 조선대 신문방송학과 조교수

서울과 지역 간의 교육 격차는 지난 수십년 동안 심화되어왔다. 근래는 학력인구 감소로 지역 대학의 생존 자체가 위기에 처한 상태라 한다. 대학들은 정부 재정지원의 근거가 되는 대학평가 점수를 높이기 위한 여러 가지 조치를 도입하는 한편, 외국 유학생 유치를 통해 재정 확충을 꾀하고 있다. 이러한 조치들은 표면적으로는 대학 교육의 질 강화를 내세운다. ‘학습자 중심 교육’으로 전환하여 ‘국제적인 대학’으로 발전시키겠다는 포부이다.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 느끼는 문제는 이러한 시도들 속에서 우리가 어떠한 교육을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 자체가 차단되고 있는 것이다. 평가 항목을 중심으로 교육 방향이 시스템화되는 상황에서 ‘좋은 교육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뜬구름 잡는 소리로 허공 속에 흩어진다. 특히 학교 및 학과 존폐가 달려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지역 소재 대학에서 방점을 두는 것은 학생들의 취업이다. 학과 평가 또한 입학률, 중도 탈락률, 졸업률 등의 수치가 들어간다. 교수들은 면담에서 전공이 맞지 않아 자퇴하려는 학생, 취업 준비를 위해서 휴학하려는 학생들을 대학에 머물도록 권해야 한다. 어떻게 취업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는 학생들을 만날 때도 난감하기는 매한가지이다. 대부분 교수들은 취업 상담 전문가도 아니고, 실제 취업을 시킬 수 있는 능력 또한 없다. 이러다 보니 면담은 학생에게도 교수에게도 자신의 모자람만을 느끼는 씁쓸한 시간이 되기 쉽다.

세계적인 신경학자였던 올리버 색스는 진료 경험담을 통해 우리가 어떠한 교육을 추구해야 할지에 관한 통찰을 준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 실린 두 가지 일화는 특히 그렇다. 하나는 60대 여성 이야기로, 그녀는 뇌성마비로 태어날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다. 손의 감각은 있었지만 부모가 필요한 것을 대신해주며 손을 쓸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지 못했다. 병원에서 식판을 손에 닿는 거리에 놓아만 두자 그녀는 배고픔에 손을 뻗어 스스로 빵을 집어 먹었고, 이후 손 감각을 온전히 회복해 유명한 조각가가 됐다. 다른 하나는 지능 낮은 자폐로 판정받은 쌍둥이 형제 이야기이다. 이들의 지능지수는 60으로 단순한 덧셈과 뺄셈을 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었고, 곱셈과 나눗셈의 원리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경이롭게도 쌍둥이 형제는 둘만의 놀이에서 12자릿수 소수까지 생각해내는 천재성을 보였다. 이후 쌍둥이 형제는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떨어져 생활하게 되었다. 이들은 혼자 버스를 탈 수 있게 되었지만 자신들만의 신비한 능력은 상실했다. 두 가지 일화에서 올리버 색스는 무엇이 ‘결핍된 사람들’을 만드는지 묻는다. 첫 번째 일화에서는 미리 못할 것이라고 판단해 과보호함으로써 능력을 개발할 기회를 박탈했고, 두 번째 일화에서는 ‘정상적인 사회성’을 훈련시킨다는 명목으로 삶의 중심을 차지하는 능력과 기쁨을 제거했다. 올리버 색스는 이러한 조치가 이들의 삶을 “결함만 가득 찬 의미 없는 세계”로 만들었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가 ‘학습자 중심’ 슬로건을 내걸고 수행하고 있는 대학 교육도 수많은 과보호와 정상성을 강조하며 학생들을 ‘결함만 가득한 사람들’로 만드는 ‘나쁜 교육’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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