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원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합의 불발 시 4일 오후 국회의장을 단독 선출하겠다고 더불어민주당이 예고한 가운데, 권성동 국민의힘·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3일 오후 만났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권 원내대표는 “허심탄회하게 각 당 입장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영환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고 했다. 다만 양당은 이날 밤 원내대표와 원내수석부대표가 참여하는 ‘2+2’ 회동을 다시 열었으며, 4일 오전까지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경제위기가 심각한 상황에서 국정운영의 한 축인 국회가 한 달 넘게 개점휴업 상태인 것은 국민에 대한 직무유기다. 여야는 이 점을 명심하고, 조속한 국회 정상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동안 여야는 ‘갈 데까지 가보자’는 힘겨루기로 일관했다. 권 원내대표는 국회 상황을 내버려둔 채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필리핀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고, 민주당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국회의장을 단독으로 뽑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두 원내대표는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했던 지난 5월29일 이후 이날 처음 만났는데, 이 자체가 여야가 협상을 도외시했음을 보여주는 증좌이다. 하지만 경중을 따진다면 국민의힘 잘못이 더 크다. 민주당은 협상의 걸림돌인 법사위원장 자리를 넘기겠다고 했지만, 국민의힘은 사법개혁특위 정상화와 ‘검찰 수사권 축소’ 관련 소 취하 등 민주당 요구에 대해 ‘수용 불가’로 맞섰다.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국회를 단독으로 열겠다는 민주당 주장에는 ‘개원 쿠데타’라 비판하며 시간을 끌었다. 이 와중에 이준석 대표와 윤핵관들은 권력 투쟁을 계속하고 있으니, 국정운영에 무한책임을 진 집권여당 자격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나라 안팎이 어렵다.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에너지와 식량 위기는 가시화했다. 초대형 경제 복합위기인 ‘퍼펙트스톰’이 다가온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미·중 대립은 격화하고 북한의 무력도발 등 안보 위협도 심상치 않다. 유류세 인하 법안, 화물 안전운임제 일몰조항 폐지 법안 등 민생과 직결된 법안들이 국회에 쌓여가고 있다. 여야는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정치권이 국가위기 극복의 주체가 되어야지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특히 국민의힘의 각성을 촉구한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협치는 선택이 아니라,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