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초동 대법원/박민규 선임기자
공기업 사장이 채용 자격 기준을 갑자기 변경해 측근을 채용했더라도 심사위원들의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채용 기준 변경은 사장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라는 취지이다. 측근 특혜 채용 의혹의 당사자인 황준기 전 인천관광공사 사장에게는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황 전 사장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황 전 사장은 2015년 인천관광공사의 경력직 2급인 마이스(MICE) 사업처장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지원자 자격요건을 변경해 A씨를 특혜 채용한 혐의를 받았다. A씨는 황 전 사장이 2011년부터 2013년까지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지낼 당시 함께 재직했던 인물이다.
당초 인천관광공사 경력직 2급의 지원 자격은 ‘기업체 등에서 부장급 이상으로 5년 이상 근무경력 있는 경력자’였지만 A씨가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자 황 전 사장은 인사담당자들에게 모집공고를 바꿀 것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지원 자격은 ‘국제교류협력·국제회의 유치 관련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자 또는 이 분야의 팀장 이상 관리자로 5년 이상 경력자’로 바뀌었고, 지원자 9명 중 A씨가 1등으로 채용됐다.
검찰은 1심에서 황 전 사장에게 서류·면접 심사위원들의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적용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심사위원의 업무는 서류심사 업무와 면접 업무에 한정돼 있기 때문에 채용 공고를 변경한 것은 심사위원들의 업무와는 무관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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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한 검찰은 2심에서 인사담당자들에 대한 ‘위력·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를 추가했지만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대표이사는 직원 채용 여부에 관한 결정에 있어 인사담당자의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어 직원 채용에 관련된 업무상의 지시를 한 것이 업무방해죄의 위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점수 조작 등의 위법행위가 개입되었다는 정황이 확인되지 않은 이 사건에서 서류심사위원과 면접위원의 업무에 채용공고 내용이 인사규정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까지 포함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것이 무죄 판단의 주된 근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