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2차 가해' 하면 가중처벌된다…대법원 양형위 의결

박용필 기자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양형위 제117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양형위 제117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앞으로는 성범죄 가해자가 피해자를 2차 가해하면 가중처벌된다. 군부대에서 상관이 하급자에게 성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상급자로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더라도 형량이 가중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4일 117차 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성범죄 수정 양형기준’을 의결했다고 5일 밝혔다.

수정안은 116차 양형위원회에서 결정된 성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토대로 관계기관의 의견을 반영해 일부를 재수정한 것이다. 양형위는 116차 회의에서 친족 대상 성폭행 범죄에 최대 징역 15년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하고, 성범죄 특별가중인자 중 ‘성적 수치심’이라는 용어를 ‘성적 불쾌감’으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 성범죄 양형기준 수정안을 마련했었다.

확정안은 ‘2차 가해’를 성범죄 가중처벌 요건으로 추가했다. 기존에도 일반양형인자 및 집행유예 일반참작사유로 ‘합의 시도 중 피해 야기’가 있었지만, 확정안은 그 범위를 대폭 넓히고 명칭도 ‘2차 피해 야기’로 바꾸었다. 합의 시도와 무관하게 피해자에게 피해를 발생시킨 경우는 모두 ‘2차 피해 야기’에 포함된다. 성범죄 피해자의 2차 피해가 적지 않게 발생하는 성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한 조치이다. 합의 시도 과정에서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거나 부당하게 압력을 가한 경우뿐 아니라 피해자 인적사항 공개, 신고에 대한 불이익조치, 피해자에 대한 모욕적 발언, 집단 따돌림 등을 한 경우도 가중처벌이 가능해지고 집행유예 대신 실형을 선고할 수 있게 된다.

군형법상 성범죄에 적용되는 특별가중인자인 ‘상관의 지위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경우’에 관한 규정도 바꾸었다. 기존에 있던 ‘명시적으로 피고인의 직무상 권한 또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이 문구 때문에 적용 범위를 제한적으로 해석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수용했다.

이날 의결된 양형기준은 오는 10월1일 이후 기소된 사건부터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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