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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체험학습을 없앨 건가

입력 2022.07.07 03:00

만난 적 없지만 알던 사이 같다. 체험학습을 떠난 초등학생 가족이 실종되었다면서 언론은 줄곧 아이 사진과 실명을 공개하며 기사를 냈다. 그새 익숙해진 이름과 얼굴, 광주에 사는 유나는 ‘제주 한 달 살이’를 떠난 후 실종 한 달여 만에 수심 10m의 바닷속에서 발견됐다.

장희숙 교육지 ‘민들레’ 편집장

장희숙 교육지 ‘민들레’ 편집장

교육계는 또 ‘체험학습’으로 들썩인다. 실종자들을 발견한 다음날, 교육부 차관 주재로 연 대책 회의에서는 교외체험학습 학생관리 방안을 강화했다. 연속 5일 이상 체험학습을 신청하면 담임교사가 주 1회 이상 학생의 안전을 확인할 것을 권고하는 안이다. 일부 언론들은 아동학대와 방치를 조장하는 허술한 제도라며 체험학습 자체를 비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의 핵심은 ‘체험학습’이 아니다. 아이의 부모가 방학에, 명절 연휴에 이런 일을 감행했다면 그건 누구의 책임인가. 주 1회 담임교사가 전화해 아이의 목소리를 확인한다고 이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인가. 해외로 떠나는 경우엔 어쩌나. 통화가 안 되면 교사가 실종 신고라도 해야 하나. 이 비극은 체험학습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다.

각 시·도 교육청별로 체험학습 관리 강화 방안을 내라는 교육부의 주문은 현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지금도 체험학습 내용을 자세히 묻거나 성실한 보고서를 요청하는 교사들은 부모로부터 ‘사생활 침해’라는 항의를 받기 일쑤다. 일주일에 한 번 아이의 안부와 생사를 확인하는 전화를 주고받아야 하는 교사와 학부모의 민망함은 또 어쩔 것인가.

어느 제도나 빈틈은 있다. 평소 이상이 감지되거나 가정환경에 어려움이 있는 아이를 파악해 빈틈의 균열이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살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사건이 자칫 아이들의 경험을 제한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까 염려가 된다. 이 논란은 세월호 참사 후 수학여행을 비롯해 각종 학교 밖 활동을 없애자던 그때와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듯하다. 학교에 책임을 떠넘기는 식의 대책은 아이들의 경험을 학교 안으로 가둔다. 복잡한 절차를 밟고 위험을 감수하면서 굳이 교외 활동을 지향할 교사는 많지 않다.

홈스쿨링을 하는 아이들, 비인가 대안학교를 다니는 아이들도 아동학대 사건이 터지면 관리가 강화된다. 전수조사를 받고, 부모는 주기적으로 경찰을 만나 아이의 생사를 확인시켜야 한다. 아이를 공교육으로 돌려보내라고 설득, 협박하는 관리자도 있다. 그러나 그들도 ‘학교 안에 있으면 아이의 안전이 보장되는가’ 하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하기 힘들 것이다. 학교 밖으로 떠나는 행위,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사각지대의 아이들을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교육의 경험 또한 보장받아야 할 아이들의 권리다.

바꾸어야 할 것은 따로 있다. 사건은 조사 중이지만 만약 부모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거라면, 이 비극적 결말은 생활고에 처한 그들이 생각해낼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이었다. 하지만 영문도 모른 채 세상을 떠난 아이는 무슨 잘못인가. 아무리 막다른 길에 몰렸다 해도 아이의 생사를 결정할 권리는 부모에게 없다. ‘수면제’ ‘익사 고통’ ‘완도 물때’ 같은 단어를 검색하기까지, 축 늘어진 아이를 업고 캄캄한 바닷가로 향하기까지, 그들이 의지하고 한 번 더 도움을 청할 곳이 없었다는 것. 그게 이 사건이 드러내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비극이다.

그러니 애꿎은 체험학습 제도를 들먹이며 현장의 교사들을 위축시키고 아이들의 교육적 권리를 제한하려는 움직임은 그만 멈춰야 한다. 코인과 주식과 부동산에 목매며 영혼까지 팔게 하는 사회의 민낯을, 고통을 나눌 곳 없는 외로운 이 사회의 냉정함을 다시 돌아볼 일이다. 영영 돌아오지 못할 체험학습을 떠난 열 살 유나와 젊은 부모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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