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성접대 수수와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받는 이준석 대표에게 중징계를 내린 가운데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의 칼끝이 이 대표를 향하고 있다.
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 대표에게 성접대를 제공했다고 밝힌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에 대한 두 차례 조사를 마친 상태다. 김 대표로부터 접대 경위와 동선 등에 관한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조만간 이 대표를 불러 김 대표의 주장이 사실인지 캐물을 계획이다.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은 지난해 12월27일 보수 성향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의 폭로가 발단이 됐다. 가세연은 “이 대표가 2013년 대전의 한 호텔에서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로부터 성접대를 받았다. 대전지검 수사자료를 통해 이를 확인했다”는 취지로 의혹을 제기했고, 국민의힘 대표실은 이를 정면부인하며 이틀 뒤인 12월29일 가세연 출연진인 강용석 변호사와 김세의 전 기자를 정보통신망법 위반(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러자 가세연은 곧바로 이 대표를 성 비위 의혹으로 국민의힘 윤리위에 제소하고, 12월30일 서울중앙지검에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이 대표를 고발했다.
경찰은 이 대표가 2013년 7월11일과 8월15일 대전 유성구의 한 호텔에서 김 대표로부터 성접대를 수수한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다. 당시는 이 대표가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을 마치고 방송 활동을 하던 때였다. 이 대표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김 대표로부터 수차례 향응을 제공받은 의혹도 받고 있다.
김 대표 측 김소연 변호사에 따르면 경찰은 7월11일 접대 당시 이 대표 동선과 접대 장소, 접대 여성 얼굴 등을 특정했다. 김 대표 측은 이를 뒷받침할 식당 결제내역을 경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8월15일 접대에 대해서는 추가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김 대표 측은 이 대표가 접대 자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회사 방문을 돕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김상민 전 새누리당 의원과 류재욱 네모파트너즈 대표의 이름을 언급하며 “만남이 성사되도록 힘써보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김 대표 측은 성접대 대가로 ‘박근혜 시계’를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김 대표가) 대통령 시계를 받고 싶다고 구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이 대표가) 본인도 그거 못 구했다고 차갑게 말했다”면서 “그런데 성접대를 받고 나니까 기분이 좋아졌는지 미팅 때 (시계를) 가져왔다고 했다”고 했다. 김 대표 측은 이 대표가 2013년 8월15일 접대 자리에서 검은색 백팩에 담긴 시계를 꺼내 김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에서는 공소시효도 관건이다. 2013년 해당 날짜를 기준으로 하면 각각 5년과 7년인 성매매와 알선수재죄의 공소시효가 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대표 측은 2016년까지 접대가 지속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알선수재죄의 공소시효는 만료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알선수재죄의 공소시효가 7년이지만 포괄일죄(범행 수법이 비슷한 경우 하나의 범죄로 간주)로 간주하면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취지다.
또 다른 이 대표의 혐의는 증거인멸교사다. 지난해 12월 성접대 의혹이 불거지려고 하자 이 대표가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을 통해 제보자인 김 대표 측 장모씨에게 7억원의 병원 투자 유치 각서를 써주며 ‘성 상납은 없었다’는 사실 확인서를 받았다는 의혹이다. 경찰은 지난 4월 김 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마친 상태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일관되게 성접대 수수와 증거인멸교사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 수사를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직 여당 대표 소환에 부담을 느껴온 경찰은 이날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의결하면서 이 대표에 대한 조사 부담을 덜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