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선거 유세 도중 총격을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용의자는 40대 초반의 일본 남성으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참의원 선거일(10일)을 이틀 앞두고 많은 시민들이 거리 유세를 지켜보던 와중에 전직 총리가 피격, 사망했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 보도를 보면 아베 전 총리는 8일 오전 11시30분쯤 나라현 나라시에서 자민당 소속 참의원 선거 후보 지지 연설을 하던 중 두 발의 총성이 울린 뒤 가슴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그는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이날 오후 5시3분 끝내 숨을 거뒀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전직 해상자위대 장교 야마가미 데쓰야를 체포하고 개조된 총기를 압수했다. 야마가미는 경찰 조사에서 “아베 전 총리에게 불만이 있어 죽이려고 노렸다”면서도 “정치적 신념에 따른 원한은 아니다”라고 진술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아베 전 총리는 현대 일본 우익의 상징적 정치인이다. 2006년 9월~2007년 9월, 2012년 12월~2020년 9월 두 차례에 걸쳐 8년9개월간 최장수 총리를 지냈다. 현직 총리로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는 등 과거사 문제로 한국 등 주변 국가들과 첨예한 갈등을 빚었다. 반면 일본 국내적으로는 ‘아베노믹스’로 실물경제를 부흥시키며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강력한 일본 지도자로 평가받기도 했다. 2020년 건강상 이유로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집권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을 이끌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도 방위비 증액과 평화헌법 개정을 주장하는 등 일본 사회의 우경화 흐름을 주도해왔다.
아베 전 총리의 정치적 견해와 용의자의 범행 동기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아직까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범행 동기가 무엇이든, 정치인을 겨냥한 극단주의적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할 수 없다.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자 정면 도전인 까닭이다. 무엇보다 정치인과 유권자가 직접 만나는 유세 현장에서 정치인이 물리적 공격을 받은 것은 대의민주주의를 채택한 모든 국가에 충격으로 다가온다. 세계 각국이 아베 전 총리에 대한 공격을 한목소리로 강력히 규탄하는 이유다.
이번 사건은 당장 임박한 참의원 선거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아베 전 총리가 오랫동안 이끌었던 자민당에 힘이 더 실릴 수도 있다. 선거 이후에도 일본의 정치·사회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치안이 안정돼 있고 총기 사건이 거의 발생하지 않던 국가에서 전직 총리가 총격을 당해 숨진 만큼 일본 시민의 충격도 클 것이다. 사건의 진상이 신속하고 철저하게 규명되길 바라며, 일본 시민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