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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와 ‘사회문제’

입력 2022.07.09 03:00

수정 2022.07.0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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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무렵 내 몸은 작고 날랬다. 담장을 넘어 다녔고, 지붕과 나무에 기어 올라갔고, 계단을 내려갈 땐 열 개씩 건너 뛰어 내려갔다. 그 무렵 자전거도 배웠다. 넘어질 것 같은 쪽으로 핸들을 꺾으면서 가라는 말을 아무리 들어도 잘 이해하지 못하다가, 야트막한 내리막길에서 살살 출발해 봤더니, 약간의 중력을 받아 어설픈 핸들 조작만으로도 넘어지지 않고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두 바퀴 위에 몸을 온전히 싣고 미끄러져 나가는 감각은 신비로웠다. 인류 문명의 달콤한 맛.

홍혜은 저술가·기획자

홍혜은 저술가·기획자

얼마 후 교복을 맞췄고, 그땐 몰랐다. 교복 치마가 제약하는 범위에 몸을 맞춰 길들이고 향후 20년쯤 나는 자전거와 관계없는 삶을 살게 될 것이며, 해마다 나무를 타는 방법도, 계단을 열 개씩 뛰어서 내려가는 요령과 감각도 점점 잊어서 나중에는 그럴 수 있었던 과거를 전생처럼 느끼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한편 남동생은 교복을 입고부터 자전거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다. 엄마는 얼마 전까지 “사내애라고 자전거로 통학시킨 불쌍한 네 동생”이란 레퍼토리를 반복했다. 차 타면 편한데 땀나고 추워서 싫긴 했겠지, 생각했다. 재작년부터 다시 몸을 움직이는 법을 익히고, 이듬해 7월에만 따릉이를 100㎞쯤 타고 나서 생각을 바꿨다. 맞다, 자전거는 재밌는 거였지?

다시 굴러다니는 맛을 알고 ‘생활 자전거인’으로 살아가게 됐다. 버스·지하철 노선도를 짠 누군가의 손바닥 위에서 벗어나는 해방감. 차에서 잠깐 내리는 건 힘들지만, 귀갓길 과일가게 앞에 자전거를 대고 바나나를 사는 건 쉽다. 동네에서 귀여운 가게 간판을 발견하면 멈춰서 큭큭 웃으며 사진을 찍었다. 좋은 건 동네방네 알리자는 주의라, 친구들을 죄다 따릉이 정류장으로 데리고 가 이용권을 끊게 했다. 그러면서 주변 친구들 중 여자는 십중팔구 교복 치마를 입고 자전거와 멀어졌다는 걸 알게 됐다. 반면 남자인 친구들은 10대 시절을 자전거와 가깝게 보냈다. 이들은 물고기가 헤엄치듯 자전거를 탔고, 곧 그걸로 운동도 가고 출근도 했다.

여자들을 다시 자전거에 태우는 건 너무 어려웠다. 심지어 태권도 4단의 생활체육인도, 선수 출신인 나의 운동 선생님도 시내에서 자전거는 무서워서 못 타겠다고 했다. 우리 집만 그랬는 줄 알았는데 남의 집도 그랬다면 그건 ‘사회문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2010)에 따르면 자전거 이용자 중 자전거를 ‘매우 잘 탄다’고 한 비율은 남성 40.2%, 여성 18.0%다. 한국의 자전거 교통수단 분담률은 지난 수년간 2% 근처다. 도로는 보행자도, 자전거도 아닌 자동차만의 것이다. 자전거에 아주 익숙하거나, 나처럼 전기자전거 산 지 두 달 만에 800㎞씩 타면서 도로 주행 요령을 익히면 자전거 인프라가 엉망인 이 도시를 그럭저럭 다닐 수 있다. 하지만 뭐든 중간쯤 해도 안전하고 문제가 없어야 제대로 된 것이다.

어떤 도시에서 자전거 생활이 편하다는 건 그 도시가 자전거의 속도에 맞게 움직인다는 의미겠다. 네덜란드의 교통에서 자전거 비율은 3분의 1쯤이고, 덴마크도 비슷하다. 공교롭게도 두 나라는 대부분의 조사에서 아동·청소년이 가장 행복한 나라로 꼽힌다. 한국 어린이의 행복지수는 작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중 22등이다. 우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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