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택 초인종 응답 없고, 전화기도 꺼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1일에도 발언을 자제하고 잠행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표는 당초 윤리위 징계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입을 닫고 숙고에 들어간 모양새다. 이 대표는 당 소속 의원들의 의견과 여론의 추이를 보고 대응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1건의 글을 올리는 것 외에는 공개 행보를 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SNS에 “당원가입하기 좋은 월요일입니다”라는 짤막한 글을 적었다. 국민의힘이 이날 오후 의원총회를 통해 권성동 원내대표의 당대표 직무대행체제를 추인한 뒤 이 대표가 올린 글이다. 이 대표가 여전히 당대표 임무를 하고 있다는 의미로, 자진사퇴에 선을 그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의 전화기는 이날 오후 8시 기준 전원이 꺼져 있는 상태다. 경향신문 기자가 이날 오후 서울 노원구의 이 대표 자택을 찾아 초인종을 눌렀으나 응답이 없었다. 이 대표 자택 현관문에는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이 내용증명을 보냈지만 이 대표가 부재중이라 받지 못했다는 도착안내서가 붙어 있었다. 도착 안내서에는 집배원이 이날 오전 10시51분에 이 대표 자택을 방문했다고 적혀 있었다.
경향신문 기자가 이날 지하주차장 등을 확인해본 결과 이 대표의 아이오닉5 차량은 보이지 않았다.
이 대표는 특별한 입장을 정하지 않은 채 당내 논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대선 때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비전전략실장을 맡았던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제가 어제 확인했다”며 “(이 대표가) 사퇴할 뜻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8일 새벽 당 윤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6개월의 중징계를 내린 뒤,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 같은날 아침 KBS 라디오 출연 이후 예정했던 언론 인터뷰를 모두 취소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건의 글만 올렸다. 2건 중 1건은 당원 가입을 독려하는 글이다. 나머지 1건은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의 OST 가사를 담은 동영상 링크다. “자기와 다른 모습 가졌다고 무시하려고 하지 말아요” “얼마나 크게 될지 나무를 베면 알 수가 없죠” 등의 가사가 담겨 있다. 이 대표가 직접적인 입장 표명은 자제하는 모습을 보이는 걸로 해석된다.
이 대표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여러 가지다. 첫번째 갈림길은 윤리위 징계를 수용하느냐, 마느냐다. 윤리위 징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 수용한다면 당 대표직을 내려놓을 수도 있고, 혹은 6개월의 징계가 끝난 뒤 복귀할 수도 있다.
이 대표의 선택은 소속 의원들의 의견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당 대표직을 내려놓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과 중징계를 받은 만큼 즉각 대표직을 내놔야 한다는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