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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의 시간은 준비되고 있는가

입력 2022.07.12 03:00

수정 2022.07.1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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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와 환율이 심상치 않다. 주식을 비롯한 자산가격 하락 추이 역시 마찬가지이다. 20여년 만의 6%대 물가상승이라고 하니, 떠올리기는 싫지만 자연스럽게 20여년 전 경제위기를 상기하게 된다. 물론 섣부른 예단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우리 공동체의 트라우마로 남은 그 시기를 너무 쉽게 소환하는 것도 기꺼운 일은 아니다. 여러 위험을 지혜롭게 잘 헤쳐나갈 수 있길 막연히 기대해 보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닥친 어려움은 엄연한 현실이고, 당장 하반기와 내년의 전망은 녹록지 않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문제는 항상 위기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은 취약계층에게 집중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굳이 20여년 전 경제위기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2008년 금융위기와 코로나19로 인한 지난 경기침체를 상기해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두 시기를 거치며 상층에게 부는 집중되었고, 하층의 삶은 더욱 어려워졌다. 지금 경험하고 있는 바와 같이 물가 인상의 여파는 소득이 적은 사람에게 더 심각하다. 빚을 내 자산시장에 투자한 이들은 기나긴 침체의 시기를 견뎌낼 여력이 없다.

경제 위기의 여파는 계층별로 손익이 다르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위기는 취약한 사람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사회는 경제위기가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삶의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강렬하게 경험하였다. 특히 한국과 같이 다양한 형태의 불안정한 고용형태가 발달된 곳에서 위기를 견뎌낼 수 있는 삶의 기반은 취약하다. 가뜩이나 노동권이 취약한 가운데, 노동권을 보호할 수 있는 정치적 장치가 발달되어 있지 못한 것도 취약성을 가중시킨다.

지금 우리 공동체가 고심해야 할 것 중 하나는 경제문제로 인해 닥칠 수 있는 사회의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모색하는 일일 것이다. 그 전제는 사회의 위기는 일자리, 가족, 교육, 의료 등 전방위적인 것이 될 수 있으며, 일부가 아닌 다수 사회성원에 관련된 것이라는 점이다.

며칠 전 정부는 제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고물가 부담을 경감시키기 위한 민생안정 방안을 논의했다. 그동안 정부의 고물가 대책이 감세와 수입물량 확대에 집중된 것에 비해 고물가로 인한 취약계층 생계비 부담 문제를 다룬 것은 진일보한 것이다. 그런데 제시된 대책들은 소극적이다. 지원 수준은 낮고 정책의 폭은 좁다. 에너지 바우처와 기저귀·분유 지원단가, 자활근로사업 지원단가 등의 소폭 인상, 기초·농지연금 등의 물가상승분 반영 등이 그 내용인데 에너지 바우처는 1만3000원, 기저귀 분유 지원단가는 월 4000~6000원, 자활근로사업 지원은 월 2만~3만원을 인상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물가인상의 고통을 약간 덜어주는 수준이다. 더욱이 경제문제의 여파는 전사회적이라는 점인데 비해 위기에 대응하는 민생대책의 폭은 아직 좁다. 대상은 넓어져야 하고, 대책은 물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일자리와 복지체계를 포괄하는 것이 될 필요가 있다. 민생대책은 큰 틀에서 더욱 체계적으로 설계될 필요가 있다.

이번 정부는 유독 감세에는 결단이 빠르고 과감하다.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방침을 벌써 발표하였다. 동시에 재정 균형에 대한 의지도 표명한 바 있다. 이 방향대로라면 정부의 지출 여력은 더욱 제한될 것이므로 민생대책은 앞으로도 소극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엄혹한 사회경제적 위기, 복지의 역할이 전방위적으로 필요한 시기를 대비해야 한다. 대응의 중심에는 사회연대를 통해 다수의 삶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위기는 다시 한번 불안정성과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 결과는 파괴적이다. 위기를 어떠한 방향으로 얼마나 준비하고 있느냐에 따라 향후 20여년의 사회 경로가 또다시 달라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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