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울진의 신한울 3·4호기 원자력발전소 건설 재개 시점을 1년 앞당기기로 했다.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단축해 조기에 원전을 건설·운용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원전 생태계를 조속히 복원하고 일감을 조기 공급하라”고 지시했다.
당초 정부와 여당이 제시한 신한울 3·4호기 착공 시점은 2025년 상반기다. 2024년 말까지 전원개발실시계획을 승인하고, 건설 허가와 공사계획 인가 등 후속 절차를 마무리한 뒤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산업부는 환경영향평가 기간을 단축하기로 했다. 환경영향평가는 계절 변화를 관찰해야 하므로 최소 1년 이상이 필요하지만 환경부와 협의해 기간을 9개월로 줄이고, 이마저도 기존 자료를 활용하기로 했다. 대통령이 국가 주요 현안에 관심을 갖고 신속 처리를 당부하는 것은 필요하다. 경제가 어려울 때는 대형 토목공사나 관급 공사로 일자리를 늘리는 정책을 펼 수도 있다. 그러나 돌다리도 두드리며 건너듯 해야 하는 원전 건설에 속도전을 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산업부는 이번 업무보고에서 원전 비중을 30% 이상으로 확대해 안정적 에너지안보를 구축하고, 원전 수출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기존 원전 일감 925억원어치 외에 추가로 400억원의 일감을 올해 제공키로 했다. 하지만 원전은 필요악이다. 전임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윤석열 정부 출범으로 노선 수정에 정당성이 부여된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원전을 졸속으로 지으라는 것은 아니다. 원전은 안전이 생명이다.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감당이 불가능할 정도로 막대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차례 탈원전 정책을 비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직을 그만두게 된 것은 월성 원전 관련 사건 처리와 직접 관련이 있다.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으로 대전지검에 전면 압수수색을 지시하자마자 감찰 징계 청구가 들어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전기요금 인상을 전임 정부의 탈원전 탓으로 돌리는 여론전에 열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윤 대통령이 취임 두 달 만에 30%대로 추락한 지지율을 ‘원전 드라이브’로 만회하려 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조급하게 원전을 건설하다 방사선 누출이나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아 예상치 못한 오염 등이 발생하면 그 책임은 누가 질 텐가. 5년 뒤 정권이 바뀌면 윤석열 정부도 이 문제로 감사원 감사를 받고 검찰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새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