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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아프면 우리도 아프다

입력 2022.07.18 03:00

전화가 왔다. “서정홍 농부님, 저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 소속된 의사입니다. 다가오는 일요일 오전 10시에 찾아뵙고 싶습니다. 인원은 13명입니다.” “어떤 목적으로 의사 선생님들이 산골 마을에 오려고 하는지요?” “농사 일손도 거들고, 농사와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습니다.” “무더운 7월이라 땡볕 아래 김매는 일 말고는 할 게 없는데요. 오전 열 시면 농부들도 더워서 일하기 고달픈 시간인데….” “잘할 수 있습니다. 한두 시간이라도 일손을 거들고 난 뒤에 농부님 말씀을 듣고, 같이 점심을 드셨으면 합니다.”

서정홍 농부 시인

서정홍 농부 시인

나는 30대 후반부터 40대까지 선배들 가르침에 따라 ‘생명과 공동체’를 살리는 가톨릭농민회와 우리밀살리기운동 경남부산지역본부에서 일했다. 그리고 2005년에 하던 일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머리가 아닌 손과 발로 사는 산골 농부가 되었다. 30년 남짓 생명공동체운동을 하면서, 의사와 의대생들이 농촌봉사활동을 하겠다고 연락이 온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더구나 1980년대부터 말로만 듣던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라는 말에 나도 모르게 귀가 솔깃했다. 그래서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세상이 아프면 의사도 아파야 한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이 글을 읽는데, 가슴이 두근거리고 알 수 없는 힘이 솟았다. 메마른 세상에 뜨거운 ‘동지’를 만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가 창립된 때는 1987년 11월21일입니다. 군사정권에 맞선 민주항쟁과 노동자대투쟁을 겪으면서 뜻있는 의사들이 모였습니다. 그리고 ‘세상이 아프면 의사도 아프다’ ‘사회를 고치는 의사가 되자’라는 초대 이사장님의 말씀에 모두들 동의했습니다. … 경쟁으로 인해 사회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을 보듬고 보다 평등한 세상을 위해서 함께 걷겠습니다.”

이런 뜻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의사들과 의대생들이 빈집과 혼자 사는 할머니가 더 많은 산골 마을에 온다고 하니, 어찌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겠는가.

드디어 약속한 날이 왔다. 오전 열 시쯤 도착한 인의협 사람들과 간단한 자연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한 줄로 서서 앞 사람 어깨를 두 손으로 살며시 잡고, 눈을 감고 걸어갔다. 자연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천천히 잠자고 있던 다른 감각을 깨우는 프로그램이다. 느낌을 나눌 틈도 없이 산밭에서 장갑을 끼지 않고 맨손으로 김을 맸다. 그래야만 흙을 제대로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풀을 만져보고 김을 매는 사람이 많았다. 일을 마치고 육각정에 둘러앉아 수박과 간식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인의협 사람들에게 물었다. “단 한순간도 자연이 없으면 살 수 없는 사람이, 오직 자연에 기대어 사는 사람이 언제부터 자연을 떠나 살게 되었을까요? 사람 몸에 일어나는 병과 기후변화는 결국 사람이 자연을 떠나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에서 살고부터 시작된 게 아닐까요?” 철없는 농부가 던진 질문에, 인의협 사람들의 눈빛이 아프게 보였다. 세상이 아프면 어찌 의사만 아프겠는가. 농부도 아프다. 많이 아프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 밝은 여름 햇살이 가득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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