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방송장악 수순? 제도 개혁이 우선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방송통신위원장에 이어 KBS, MBC를 공격했다. ‘20대 대선 과정에서 불공정방송 모니터링을 했는데 당시 여권인 민주당에 유리하도록 이슈를 편향적으로 다루고 쟁점을 왜곡한 사례가 가득하다’고 발언했다. 비판의 이유는 지난 정권 당시 민주당 편향 방송을 했던 공영방송이 중립성, 독립성을 지키고 공정보도를 하라고 촉구하는 것이라 했다. 언론의 보도가 결과적으로 누구에게 더 유리했는지는 판단의 기준이 아니다. 진실은 중립적이지 않고 누군가가 더 옳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진실이 왜곡됐는지 여부다. 그런 의미에서 선거 기간 불공정방송은 선거방송심의위원회가 있으니 심의를 요청했어야 마땅하고, 그 위원회 판단 결과가 어땠는지 따져보면 될 일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자율학부 교수

권 직무대행의 발언에서 위원회 심의 결과 얘기가 없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또 이 모니터링에 참여한 인물들이 누구인지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모니터의 결과는 있지만 이 모니터를 신뢰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사안이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 시점에서는 비판의 신뢰 여부보다는 공영방송을 향한 공격이 있었다는 점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방송의 독립성을 지켜야 할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장을 정권의 철학과 다르다고 임기와 무관하게 물러나라 요구하고, 이어 공영방송을 향해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공영방송 장악의 예정된 수순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생길 만하다.

공영방송 흔들기의 또 하나의 수단은 민주노총 끌어들이기다. 소위 보수 세력들은 걸핏하면 공영방송 KBS, MBC를 민주노총과 연결시킨다. KBS와 MBC의 다수노조가 민주노총을 상급노조로 하는 전국언론노동조합 소속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법률은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을 행사하기 위해 단위노조는 물론 연합단체 결성을 허용했다. 소속을 문제 삼는 것은 법을 부정하는 행위다. 따라서 문제를 삼으려면 소속 문제가 아니라 그로 인해 언론보도가 왜곡됐는지를 따져야 한다. 구체적 보도를 놓고 심도 있게 따져볼 일을 정당의 대표 직무대행의 입을 빌려 선동식으로 파문을 일으키는 이유는 무엇일까?

권 직무대행의 발언이 있었던 자리에서 박성중 의원은 MBC 사장의 사퇴를 주장했다. 권 직무대행은 이를 개인적인 발언이라 했지만, 방점은 여기에 찍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의심스럽다. 지금 KBS, MBC 사장을 퇴출하기 위한 전방위 공격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KBS·MBC의 소수노조는 사장 임명 과정의 직무 유기 혐의로 KBS 김의철 사장, 남영진 이사장을 국민 감사 청구했고,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을 방송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발 맞춰 감사원도 움직이기 시작했고,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구성원 다수의 의사에 반하여 정연주 사장을 퇴출시켰던, 그리고 구성원들을 해직, 전보 등으로 탄압했던 공영방송 침탈의 과거가 악몽처럼 떠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혹 국민의힘이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공영방송의 독립을 진정으로 염려하는 것이라면 의혹을 받을 만한 이 모든 행태를 중단하고, 정권의 향배와 관계없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제도 개혁에 나서는 것이 옳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여야 시절 방송법 개정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이는 국민의힘에 적용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도 여야 시절 유불리에 따라 방송법 개정의 주장 내용이 달랐기 때문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여야 모두 이제 공영방송이 공영방송답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정치적 후견주의를 차단하는 법 개정에 집중해야 한다. 이미 공영방송의 사장, 이사 선출에서 정치권의 개입을 막거나 최소화하는 방안들은 제시되어 있다. 정치권의 결단만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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