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일이 공감한 강제동원 조기 해결, 일본도 성의 보여야

박진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지난 18일 회담을 열고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의 조기 해결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양국이 밝혔다. 한국 외교장관이 양자회담을 위해 도쿄를 방문한 것은 2017년 12월 이후 4년7개월 만이다. 이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고려할 때 양국 외교당국이 이 문제를 우선순위에 올려놓은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단계가 많아 결과를 속단하기 어렵다. 향후 수개월간 양국 정부의 정치력과 외교적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

양국 외교 수장은 이날 양국 관계, 한반도·국제 현안 등을 폭넓게 논의했다. 그러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일제하 강제동원 문제이다. 하야시 외무상은 “1965년의 국교 정상화 이래 구축해온 한·일 우호협력관계에 기반해 한·일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옛 조선반도 출신 노동자(일제 강제동원 노동자) 문제를 시작으로 하는 한·일 간 현안 해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박 장관은 국내 피해자 측과 전문가 등이 참여해 두 차례 열린 강제동원 민관협의회 내용을 일본 측에 공유하며 “현금화가 이루어지기 전에 해결 방안을 도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박 장관이 지금까지 논의된 여러 방안을 설명했지만, 일본 측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8·15 광복절 축사에 앞서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 해결의 방향을 잡겠다는 입장이다. 그 해법은 일본 기업의 직접 배상이 아니라 한국 정부가 대신 지급하고 일본 기업이 참여한 기금 등에서 받는 대위변제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이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이 문제 해결을 서두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배경에는 한·미·일 3국 협력을 강조하는 미국의 입장에 따라 한·일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려는 점도 있다. 한국 정부가 서두르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일부 피해자들은 대법원 판결에 따른 전범기업 직접 배상을 요구하며 민관협의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일본의 태도이다. 이 문제를 풀려면 일본 기업이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어떤 식으로든 배상금을 부담하는 방안이 담겨야 한다. 일본 정부가 1965년 합의로 모든 게 해결됐다는 입장에서 달라지지 않으면 한국 정부로서는 상응 조치를 내기 어렵다. 한국 정부의 노력에 맞춰 일본도 적극적으로 해법 모색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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