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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과 북송, 그리고 정치보복

입력 2022.07.22 03:00

여당 일각에서 갑작스레 주장하듯 아예 살인 자체가 없었다면 모르지만, 16명의 목숨을 앗아간 일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흉악한 범죄다. 흉악범에게도 인권을 보장해야 할까. 보통의 정의 관념과 달리 인권과 헌법의 원칙에 따르면 흉악범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흉악범이라도 형사소추를 앞둔 범죄자라면 무죄추정의 원칙, 피의자 방어권 등 적법절차 원리가 어김없이 지켜져야 한다. 그렇다고 오해할 필요는 없다. 피의자 인권보장이란 개념이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무조건 용서하고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한창 논란 중인 ‘북한 어민’ 사건은 어떻게 처리하는 게 옳을까. 윤석열 정부의 주장처럼 북한 주민은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의 지위를 갖고 있으니, 북한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남쪽에서 보호하고 범죄에 대해서는 수사와 재판을 통해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했을까.

알려진 것처럼 ‘북한 어민’ 두 사람이 흉악범이 맞아도, 이들에 대한 형사소추는 생각처럼 쉽지 않을 거다. 피해자들이 모두 숨졌으니 증거 확보 자체가 어려울 거다. 범죄자들이 자백하지 않는 한 이름, 나이와 주소 등 기본적인 인적사항조차 알아낼 수 없을 거다. 북한당국이 협조해주지 않는다면, 그들이 진짜 북한 주민인지도 확인할 수 없을 거다. 살인 범죄를 입증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상 형사소추가 불가능할 거다.

단번에 16명을 죽인 살인사건, 남쪽 현실에선 상상조차 어려운 극단적 사건이다. 피해자가 많으니, 피해자 가족은 또 얼마나 될까. 그들의 피해와 원통함은 어떻게 달랠 수 있을까. 만약 윤석열 정권의 주장대로 했다면, 피해자 유족들은 가족을 죽인 범죄자의 공판을 방청할 수도 없었을 거다. 흔한 사과조차 듣지 못할 거다.

헌법 규정에 따라 북한 주민 모두가 대한민국 국민이고, 그래서 아무리 흉악범이라도 북한에 보내는 건 ‘반인륜적, 반인도적 범죄’란다. 윤석열 정부의 주장처럼 범죄자들을 북에 보내지 않았다면, 피해자 가족의 피눈물을 누가 닦아줄 건가. 흉악범은 헌법상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감싸주면서도 아무런 잘못이 없는 범죄 피해자들, 가족을 잃은 보통의 북한 주민의 인권은 그냥 내팽개쳐도 되는 건가.

역지사지, 거꾸로 생각해도 답은 금세 찾을 수 있다. 남쪽에서 선상반란을 일으키고 16명의 무고한 시민을 살해한 흉악범들이 대한민국의 심판을 피해 북쪽으로 도망쳤다고 치자. 범죄자들은 ‘의거 월북’을 주장하고, 북한당국은 월북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여 이들을 보호하겠다면 어떨까. 북쪽이 헌법 규정 운운하며 흉악범의 송환을 거부한다면, 남쪽은 그저 순순히 따르기만 해야 할까. 그건 결코 아니다. 피해자 가족은 물론 시민사회, 정당과 정부가 한목소리로 즉각 송환을 요구하며 북한당국을 규탄했을 거다. 흉악범을 당장 돌려보내지 않는다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나설 거다. 말뿐이 아니라 행동으로 뭔가 보여줬을 거다.

남쪽이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어도 북쪽은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까. 남북은 전면전까지 치렀고 남파와 북파 등 상대를 해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극한적인 남북대결이 반복되었다. 그래도 남과 북은 유엔에 동시 가입한 주권국가다. 대한민국 헌법의 영토 조항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란 국호를 가진 주권국가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평양의 강도범이나 원산의 절도범을 대한민국 경찰이 어쩌지 못하는 현실은 헌법상 영토조항이 다만 선언적 의미, 또는 우리의 지향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윤석열 정부가 통일부, 국가정보원, 국방부 등을 내세워 3년 전 일을 끄집어내는 까닭은 간단하다. 문재인 정부 사람들과 싸우려는 까닭도 뻔하다. 윤석열 정부가 싸우려는 사안들의 기승전결을 따져본다면, 결론은 검찰 수사를 통한 정치보복이다. 검찰수사야말로 정권 입장에서 가장 자신 있는 대목이어서 그럴까. 애초 칼 쓰는 게 일이었던 사람들이어선가. 칼을 휘두르는 부담도 별로 없는 것 같다.

뭐가 되었든 윤석열 정권의 정치보복은 성공하지 못할 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부터 조국 전 법무장관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를 통해 국민은 학습을 거듭했다. ‘논두렁 시계’를 겪은 국민은 검찰발 기사에 쉽게 흥분하는 이전의 국민과는 사뭇 달라졌다. 당장의 여론만 해도 그렇다. ‘어민 송환’이 잘한 일이라는 응답이 과반이다. 색깔론, 종북몰이에 기댄 범정부 차원의 공세는 성공하지 못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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