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쓴 칼럼. 뉴욕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한국은행의 경제지표 예측과 날씨 예보 중 어떤 게 더 정확한지를 놓고 농담을 주고받던 시절이 있었다. 둘 다 틀릴 확률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정확성이 떨어져 기상청이 ‘구라청’으로 불릴 때의 얘기였다. 이후 기상청은 슈퍼컴퓨터 도입과 글로벌 협력 등을 통해 예측의 정확도를 높였다. 반면 갈수록 변수가 더 많아지는 경제 예측은 여전히 오보를 양산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가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나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틀렸다(I Was Wrong About Inflation)’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미국이 지난해 초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1조9000억달러(약 2498조원) 규모 부양책을 내놓자 경제학자들 사이에 인플레 논쟁이 벌어졌다. 당시 크루그먼 교수는 물가에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1년 만에 최고인 9.1%로 치솟자 일종의 반성문을 쓴 셈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코로나19가 세상을 변화시켰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안전한 예측은 아니었다”고 썼다. 과거 모델을 적용함으로써 인플레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고 시인한 것이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이어 재무장관까지 올라 미국 경제정책 수장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재닛 옐런 장관도 경제 예측 실패를 피하지 못했다. “인플레를 낮추려면 팬데믹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며 부양책을 지지했던 옐런 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판단이 틀렸다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고위 관료가 실수를 인정하는 드문 사례”라고 표현했다.
정부가 대기업에 큰 혜택이 돌아가는 세제개편안을 내놨다. 대기업 이익이 늘어나면 중소기업도 잘 돌아가는 낙수효과를 기대한다고 한다. 과거 정부에서 실패했던 정책이라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전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밀어붙이다 실패했으니, 이제는 민간주도성장으로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며 기세가 등등하다. 세제개편안을 마련한 기획재정부의 예측 능력은 기대 이하다. 지난해와 올해 연거푸 대규모 세수오차를 내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예측보다 더 위험한 것은 정책 실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