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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평 철장 속 31일, 그 모습이 하청노동자의 삶”

유최안 부지회장, 구조물서 ‘해방’

들것에 실려 구급차 올라 병원으로

지켜보던 노동자들 “사랑합니다”

“0.3평 철장 속 31일, 그 모습이 하청노동자의 삶”

22일 대우조선해양 조선하청지회와 하청업체 간 임금협상 합의안이 타결되면서 유최안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사진)도 0.3평 철제 구조물에서 해방됐다.

협상 타결이 발표된 뒤 철제 구조물 입구가 뜯기고 유 부지회장은 들것에 실려 대기 중이던 구급차에 올랐다. 유 부지회장과 고공농성 노동자 6명이 내려오자 다리 위에 선 조합원 100여명이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투쟁!”이란 구호를 외쳤다.

유 부지회장은 지난달 22일 동료 6명과 함께 조선소 제1독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유 부지회장은 철제 구조물에 스스로를 구겨넣은 뒤 입구를 용접해버렸다. 30일 넘게 일어서지도, 제대로 눕지도 못했다. 생리현상은 기저귀로 해결했다.

임금협상 합의안이 나온 뒤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 118명 중 109명(92.4%)이 찬성표를 던져 이를 가결시켰다. 공권력 투입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막고자 하는 마음과 함께 유 부지회장 등 ‘끝장농성’을 벌인 노동자 7명의 안전을 걱정하는 마음이 영향을 미쳤다.

협상 타결 이후 구조물에서 나와 기자들을 만나려 했던 유 부지회장은 인터뷰 직전 이를 취소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심적으로 너무 괴롭고 지쳐 지회에서 공개를 원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제1독 앞 다리에 도열한 조합원 100여명은 현수막을 높이 들어 그 모습을 가려주었다. 현수막 너머로 철골이 떨어지는 소리가 ‘쿵, 쿵’ 하며 울렸다. 유 부지회장이 스스로를 가둔 철제 케이지를 뜯어내는 소리였다. 강인석 부지회장이 다리 위에서 마이크를 잡고 말했다. “우리 하청노동자들이 어떤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서 있는지 들어주십시오. 오늘은 유 부지회장 대신 하청노동자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더 많이 찍어주십시오.” 스피커에서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

윤장혁 금속노조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0.3평이라는 공간에 자기 자신을 가둔 그 31일간의 모습이 조선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 그 자체였다”며 “이번 투쟁은 그 삶을 전국 사회적 문제로 확산시켰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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