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법 개정안 발의, 정부는 시행령 손질 중
지난 1월27일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6개월간 법 적용 사업장(상시근로자 50인 이상 또는 공사급액 50억원 이상)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는 모두 117건이다. 124명이 사망했고, 29명이 유독물질에 중독됐다. 고용노동부는 이중 14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으며, 검찰은 16명이 유독물질에 중독 된 두성산업만을 기소했다. 대흥알앤티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중대재해법 적용 1호’로 잘 알려진 삼표산업을 비롯한 12건은 아직 수사 중이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단체는 중대재해 발생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 의지가 아직 미약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노동부가 기소의견을 냈지만 검찰이 불기소 판단을 한 대흥알앤티 사건이 추후 중대재해 사건에서 ‘가이드라인’이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7일 13명의 직업성 질병자가 발생한 대흥알앤티 법인과 경영책임자에 대해 중대재해법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국소배기장치가 기능을 제대로 못했음에도 안전·보건에 관한 종사자 의견을 청취했고,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해 개선 중이었다는 사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흥알앤티는 지난해 3월 외부 기관인 인제대학교 부산백병원으로부터 국소배기장치 중 수동 세척부분의 제어풍속이 미흡하다는 개선 권고를 받았다. 같은해 9월에는 노동자들이 “세척제 냄새가 심하게 난다”고 사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사측은 이후 “국소배기장치 일부를 보수”했으며 “단계적으로 개선 조치를 취하는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대흥알앤티는 사고가 발생(지난 2월)한 이후인 지난 3월, 산업안전보건공단에서 작업환경 측정을 받았고 여기서 ‘국소배기장치 성능이 적정’한 것으로 나왔다고 했다. 검찰은 사측의 주장을 인정했다. 작업환경개선 비용으로 세워둔 9억7000만원이 용도에 맞게 집행됐는지에 대해선 “명확히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중재재해법 시행령에 명시된 ‘유해·위험 요인의 확인 및 개선이 이루어지는지를 반기(6개월) 1회 이상 점검한 후 필요한 조치’를 하라는 규정도 반영했다. 검찰은 위험성평가에서 확인된 위험요인 중 일부가 설령 개선되지 않았다고 해도 반기가 도래하기 전에 중대재해가 발생해 이행 유무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특수성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또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했는지 유무를 명확히 판단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최정학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 교수는 “위험성 평가와 같은 안전보건관리체계가 형식적으로 갖추어진 경우와 실질적으로 작동해 개선조치를 한 경우는 구별돼야 한다”며 “실질적으로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의무 현장 점검을 얼마나 자주했으며, 그에 따른 개선조치는 이행했는지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노동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오는 8월 ‘중대재해 공동대응 기구(가칭 중대재해 OUT 운동본부)’를 세워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정재현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부장은 “중대재해 발생 이후 기소나 재판 상황에 대한 대응, 엄정처벌 필요성에 대한 논의를 해나갈 예정”이라며 “경영계와 정부, 집권여당의 중대재해법 무력화에 대한 대응 방침도 세울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