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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하는 나라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7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환송나온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27일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 환송나온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28%까지 폭락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7월 첫주 데드크로스(긍정 37%-부정 49%)가 일어나고, 악어 입처럼 격차가 벌어지더니, 3주 만에 30% 벽도 무너졌다. 남녀·지역·직종을 가릴 것 없고, 2040은 십중팔구가 고개를 저었다. 대통령 첫 휴가 기사는 “뭐 한 일이 있다고…”란 악플로 덮였다. 워싱턴의 안보전문지(내셔널인터레스트)엔 “인기 없는 윤 대통령이 너무 빨리 미국의 짐(liability)이 됐다”는 글이 실렸고, 뉴욕의 경제전문지(블룸버그)는 물가·코로나가 아니라 경찰과 싸우고 있는 한국 대통령의 지지율 회복에 물음표를 달았다. 취임 80일 만에 동네북 된 채 대통령 부부는 여름휴가에 들어갔다.

이기수 논설위원

이기수 논설위원

흔히 데드크로스는 대통령을 찍은 스윙보터가 떠나고, 국민과의 허니문도 끝났다는 뜻이다. 30% 붕괴는 콘크리트 지지층까지 등돌린 신호로 읽는다. 악몽 같았을 7월, 집권세력엔 제 발등을 찍은 세 컷이 있었다.

#대통령의 표리부동 =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 윤 대통령이 7월26일 권성동 여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에게 보낸 문자는 5년 갈 파문을 일으켰다. ‘윤심’은 ‘윤핵관’이었다. “당무에 관여하지 않는다”던 말이 거짓이 된 내상도 컸다. 이 문자는 ‘대통령 처음 해봐서’란 실언, ‘법률가(검찰)의 정·관계 진출이 많은 게 법치’라는 편견, 대통령이 ‘국기문란’이라 한 치안감 인사번복 사태를 경징계한 황당함과는 결이 다른 설화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 된 것이다. 그러곤 국가지도자가 국민·당원에게 어떤 설명·사과도 없이 휴가를 갔다. “참모 뒤에 숨지 않겠다”던 약속은 허언이 됐다. 대통령 말이 이리 가볍고 여반장(如反掌)이어선 리더십과 영이 설 수 없다.

#섬이 된 집권당 = 권 대행은 물러났다. 검수완박 합의 번복, 대통령실 9급 사적 채용에 이어진 3번째 사과는 리더십 상실이었다. 윤핵관은 비상대책위로 방향을 틀었다. 성비위 문제로 당원권이 6개월 정지된 이준석 대표 복귀를 봉쇄하는 길이다. 이 대표는 잠시 들른 울릉도와 ‘양두구육 여의도’를 이 섬과 그 섬으로 갈랐다. 윤핵관·당권주자의 이합집산에 따라 섬 숫자는 오륙도로 늘 수도 있다. 기자에게 포착된 대통령 문자가 우연이면, 윤핵관과 이준석 간 권력쟁투는 필연이다. 전대·총선·대선까지 갈 주류·비주류 내전이 집권 100일도 전에 시작됐다.

#정부의 자기부정 = 통일부가 3년 전 발표한 ‘흉악범죄 북한주민 추방’을 ‘북한어민 강제 북송’으로 번복했다. 새 증거는 없었다. 통일부에선 “통일부는 통일부다!”라는 노동조합 성명이 나왔다. 익명의 직원들도 ‘분단국 특성의 통일업무’를 자처한 통일부가 국방부보다도 정쟁 돌격대로 나선 걸 민망해하고, 일관성과 신뢰를 잃은 뒷날을 걱정했다. 인권지킴이를 표방한 검찰은 대법원이 인정한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 보복 기소’의 사과를 거부했다. 부처들의 혼 없는 반성문과 자기부정이 쓴웃음 짓게 한 7월이다.

대통령은 말과 인사로, 집권당은 책임정치로, 정부는 정책과 예산으로 세상을 움직인다. 그 힘이 뚝 떨어졌다. 무신불립(無信不立)이다. 메신저로서의 믿음을 잃으니 말도 협치도 국정도 바로 서지 못한다. 그럼에도 현실은 반대다. 대통령·윤핵관의 비선정치는 “잘하고 있다”는 정신승리에 여념없다. 전 정부 탓, 여소야대 탓, 어느새 대통령 입에선 정책 홍보가 안 된 탓도 늘었다. 잘하는데, 잘할 건데 언론과 국민이 몰라준다는 걸까. 이리 빨리 민심 위에 붕 떠버린 ‘부평초 정권’은 없었다. 당·정·대의 80일에 평점 D를 매긴다. F는 퇴장이니까.

정치원로들이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금칙이 있다. 지지자를 부끄럽게 하지 말고, 민생과 먼 지도자로 보이지 말며, 국민이 대통령을 걱정하는 나라를 만들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은 세 가지가 다 깨졌다.

2012년 12월19일이다. 대선 날 뮤지컬 영화 <레미제라블>이 극장에 걸렸다. 파리 민중들이 바리케이드 치고 부른 마지막 합창은 지금도 코끝이 찡해온다. 대혁명 후에도 삶의 변화가 오지 않은 19세기 프랑스는 민주화 후에도 빈곤·불평등이 해소되지 않는 대한민국과 공명(共鳴)한다. 오늘의 고물가·코로나·경제위기도 약자부터 잡아먹고 있다. 국정지지율 28%는 멈추라, 낮추라, 바꾸라, 함께 살자는 주권자의 명령이다. <레미제라블> 마지막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Do you hear the people sing?(너는 민중의 노래를 듣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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